공인노무사
(전국민주연합노조 법률국장)

지난 추석에 근무하던 제주시 소속 환경미화원이 청소차량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차량에 매달려 있던 그는 청소차량이 커브길에서 회전하자 떨어져 뇌출혈 진단을 받았고,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로 생명을 연장하다 숨진 것이다.

청소차량 뒤에 매달려 가는 환경미화원들은 사고를 당하기 일쑤다. 주차된 트럭과 청소차가 충돌하면서 떨어지거나, 청소차가 회전하는 도중에 중심을 잃고 떨어지거나. 달리는 청소차 위에서 쓰레기 수거작업을 하다 전선줄에 몸이 걸려 숨지는 경우도 있다.

환경미화원들의 사망사고가 많은 이유는 청소차 뒤에 타고 수거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자치단체와 청소용역업체들은 쓰레기를 효율적으로 수거하기 위해 환경미화원이 탈수 있도록 청소차 뒤에 발판을 만들고 청소차 적재함 위로 별도의 적재함을 덧대 운행하고 있다.

이런 청소차 개조는 불법이다. 자치단체와 청소용역업체들은 이를 알면서도 버젓이 청소차를 개조해 운행하고 있다. 결국 자치단체와 청소용역업체들이 사고를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관리법 제34조1항에 따르면 자동차의 구조와 장치를 변경하려면 기초지방자치단체장에게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승차 정원 또는 최대적재량의 증가를 가져오는 승차장치 또는 물품 적재장치의 변경은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으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청소차의 발판 부착과 적재함 덧댐 장치는 승인대상이 아닌 것이다. 자동차관리법 제81조는 승인을 받지 않고 차량을 변경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자치단체와 청소용역업체가 청소차를 개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환경미화원이 청소차 뒤에 타고 가다 쉽게 뛰어내려 쓰레기를 수거해야만 적은 인원으로 배출된 쓰레기를 모두 수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인력을 늘리느냐, 불법을 계속하느냐의 선택에서 불법을 택한 것이다.

당연히 자치단체가 더 이상 불법을 저지르지 않기로 하면 이 문제는 해결된다. 하지만 자치단체는 불법 차량개조를 단속해야 하는 입장이면서 동시에 쓰레기 수거 의무자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단속해야 하는 처지다 보니 예산 운운하면서 불법을 눈감고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의정부시 환경미화원들은 이달부터 청소차 뒤에 타지 않는다. 의정부시가 모든 청소차의 발판을 없애도록 지침을 내리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물도록 조치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결정 뒤에는 노조의 요구가 있었다.

정작 문제는 당사자인 환경미화원들에게서 발생했다. 환경미화원들은 오히려 발판을 제거하는 것에 반대하고 나섰다. 청소차 뒤에 타지 못하면 걸어서 쓰레기를 수거해야 하는데 그러다 작업시간이 길어질 것을 우려한 것이다. 지금까지 8시간 안에 끝냈던 일을 발판을 제거하면 8시간 이상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환경미화원들은 교통이 비교적 한산한 새벽이나 야간에 작업을 하면서도 내내 뛰면서 쓰레기를 수거하곤 했다. 작업량과 차량 속도에 맞추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8시간도 되기 전에 작업을 끝내는 경우도 많았다.

의정부 환경미화원들은 의정부시청의 발판 제거 강행으로 어쨌든 청소차 뒤에 타지 않고 걸으면서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단 작업시간은 8시간만 하기로 했다. 발판을 뗀 이후 의정부 환경미화원들은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일을 빨리 끝내려고 무리하게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제 새로운 환경에 스스로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죽음을 각오하고 작업량에 몸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8시간 작업만 하면서 작업환경을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과제다. 적정인원이 충원돼야 하고 지금까지의 작업량도 재조정돼야 한다.

발판 제거로 환경미화원의 작업 중 사고는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의정부에서 시작했으니 다른 자치단체와 청소용역업체들도 점차 의정부와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다만 시간은 걸릴 것이다. 그 사이에 환경미화원의 사고가 없기만을 바라고 있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