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사무1처장

# 10·26 재보궐선거가 막판을 향해 치닫고 있다. 나경원(기호 1번)·배일도(9번)·박원순(10번) 후보의 3파전. 9번 후보가 철저히 언론과 국민의 관심으로부터 소외된 채, 사실상 2강 대결로 좁혀지고 있다. ‘골리앗 논쟁’에서 보이는 것처럼 총만 안 들었지,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권력의 향배를 둘러싼 전초전의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에이브러햄 링컨의 “투표는 탄환보다 강하다”는 지적은 적절하다.

# 지난 주말 한국노총 경기도지역본부 회의실에서는 총연맹 지역 사령관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지부 의장단과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의 간담회가 있었다. 상급조직 파견전임자 활동비와 관련해 한국노총 지도부가 노정협상 국면으로 전환한 것에 대해 지적이 나왔다.

자신들은 언제든지 현장으로 복귀할 자세가 돼 있고, 어떻게 하든지 각자 도생할 것인즉 소탐대실하지 말고, 현장을 믿고 꿋꿋하게 나아갈 것을 주문하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였다. 주요 논리는 이랬다.

“노조법이 쉽게 개정될 것으로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과정이 중요하다. 투쟁을 통해 현장을 복원하고 노동운동과 한국노총의 자존심을 세우는 것이 우리의 기대였다. 한국노총이 금년 초부터 내년 대선까지 2년짜리 투쟁계획을 세운 것은 과거에 없던 초유의 일이다. 총파업도 쉽지 않고, 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총선과 대선에서 영향력을 극대화하자는 것 아닌가.”

# 96년과 97년 노동법 날치기 통과와 노동계의 총파업, 대선으로 이어지는 국면에서 이른바 천하 삼분지계의 당사자였던 YS·DJ·JP의 노동계에 대한 고언(苦言)은 이렇다. “노동계의 표는 먼저 보는 것이 임자다. 364일 동안 우리를 욕해도 좋다. 다만, 표 찍는 날만 정확히 우리를 찍어 달라.” 이념과 정책은 도외시한 채 지역과 이러저러한 인연으로 점철된 노동자들의 투표행태에 대한 정치권의 정확한 자기 고백이었다. 어쨌든 당시 한국노총 지도부는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야당과 대선에서 정책연합을 통해 수평적 정권교체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에도 노동자 표를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가 될 것인가.

# 올해 4월13일 한국노총 중앙정치위원회는 4·27 재보궐선거에서 반노동자 정당 심판과 노조법 재개정에 찬성하는 야3당 후보 지지를 결의하고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 그리고 10·26 재보궐선거를 맞이한다. 최근 안철수 교수 현상을 보면서 ‘대중의 힘’, ‘변화에 대한 갈망’, ‘기존 정치질서와 제도 및 관행과 관념에 대한 도전' 등이 운위된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국노총과 한국 정치사에 있어 4·13과 10·26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오비이락(烏飛而落)일까.

# 지난 21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유권자자유네트워크(준)는 10·26 재보궐선거 투표율 향상과 노동자의 투표시간 보장을 위해 제정당과 선거관리 기관, 각 사업장에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낮은 투표율은 정치적 대표성의 위기를 가져온다. 선거는 유권자들의 축제여야 한다. 각 기업과 선관위·국회는 노동자들의 투표시간 보장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투표권 보장을 위한 노력은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주체의 역할”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한국노총은 각급 조직에 ‘투표참여 독려활동 지침’을 시달하는 한편 25일 지하철역 등에서 선거참여 권유 실천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중앙일간지에 같은 내용의 광고도 게재한다.

# 그렇다면, 이번 선거에서 노동자들은 어찌할 것인가. “정치참여 거부에 대한 징벌 중 하나는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에 의해 지배당하는 것”이라고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이 갈파한 바 있다. 프랑스의 정치사상가 토크빌은 “모든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고 했다. 아돌프 히틀러는 “사람들이 생각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을 관리하는 정부에게는 크나큰 행운”이라고 했다. 아울러 르네상스의 단테는 “지옥에서 가장 뜨거운 자리는 정치적 격변기에 중립을 지킨 자를 위해 준비돼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아일랜드의 저명한 노동운동 지도자이자 정치인이었던 제임스 라킨(J. Larkin)의 한마디. “높아지기 위해서, 아니 주인이 되기 위한 길은 간단하다. 무릎 꿇지 않고 일어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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