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웅

성공회대
사회과학
정책대학원 교수

손 놓고 있다. 진보세력과 노동운동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러는 와중에 한나라당은 치고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 다 잡아 놓은 땅을 잘못하면 놓치게 생겼다. 어처구니없지 않은가.

마치 남의 선거 치르는 것처럼 보고 있는 느낌이다. 절박성도 없다. 민주당 선거라고 여기는 것 아닐까 싶을 정도다. 오세훈이 쏟아 놓은 오물에 악취까지 풍기는 한나라당의 선거전략에 다 말려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네거티브는 문제 삼으면서 이걸 놓고 전격적인 총공세를 펴지 못하고 있다. 대차지 않다. 진보세력이 서울시장 선거에 대해 이토록 느슨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까닭이 도대체 뭔가. 그래도 된다고 여기는가.

박원순 후보의 당선은 서울시정에서만이 아니라 한국정치 전반에 걸쳐 일종의 중대한 전환점이 만들어지는 계기다. 생각해보라. 이명박이 서울시장으로 당선된 이후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서울시장 자리가 그냥 서울시장 하나 뽑는 게 아니다. 한국정치의 미래와 직결된 사안이다.

정국의 변화가 소용돌이치듯 움직이고 있는데 민주당과 시민운동 쪽을 빼놓고 별반 하는 일이 없다고 여겨질 정도니, 이 나라의 정치에 대해서 진보세력은 대체 무얼 해보고 싶은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다.

이런 식으로 대중정치의 의미나 비중을 생각하고 있으니 번번이 정치현실에서 패배하는 것 아닌가. 서울 시장 하나 제대로 세워놓으면 그 다음 수순이 새롭게 열린다는 것을 왜 모르는 것일까. 한나라당이 서울시정을 장악하면 한국의 미래는 어둡다. 이거 하나 분명하게 인식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나서야 하는 거 아닌가.

한나라당의 네거티브가 일정하게 먹히고 있는 상황을 안이하게 대하면 안 된다. 보통의 시민들은 그런 화제성에 민감하고 의혹을 갖는다. “어, 그래? 이거 뭐야?”하면서 점차 박원순 후보에 대한 열정이 떨어지고 투표 의욕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선거에 이골이 난 정당을 상대하면서 아마추어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패배를 자초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상대를 놓고 진보세력은 강 건너 불 구경하고 있는 듯하니 속에서 불이 날 지경이다.

정당정치의 위기라고 한다. 진보정당의 위기다. 진보세력의 위기다. 정치의 중심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갖지 못한 세력이 정체성 운운하는 것이 웃기는 이야기다.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이나 이렇게 가다가는 만성적인 위기의 늪에 빠져 계속 허우적거리다가 말 것인가.

서울 시장 남 줘서 뭐 좋을 일 있다고 이러는가. 정신 차리고 절박해져야 한다. 어렇게 하다가 서울이 한나라당 차지가 된다. 그래도 좋은가.

성공회대 사회과학정책대학원 교수 (globalize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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