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9일 다녀온 ‘2011 하하 아시안 페스티벌’을 소개할까 한다. 하하 페스티벌은 의정부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축제다. 해가 더할수록 인원과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베트남을 비롯한 10여개가 넘는 국가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은 각자의 문화와 장기를 선보였다. 아마도 이들에겐 그동안 보지 못했던 고향친구들을 보는 자리였기에 의미가 더했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주노동자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소규모 행사가 주를 이뤘지만 이젠 지역과 시기를 가리지 않고 규모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주노동자·다문화가족이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명절이면 소개되던 다문화가족이 공중파방송 고정코너로 자리 잡았다. 이주노동자들은 최근 열린 전국체전 성화봉송 주자로도 참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정책과 인식은 초보적 단계를 막 벗어난 정도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주노동자들은 헌법상 기본권을 완벽하게 누리지 못하고 있다. 노동3권이 가장 좋은 예다. 대한민국에서 이주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지도, 가입해 활동하기도 쉽지 않다. 불법체류 신분이면 아예 불가능하다. 2007년 불법체류자도 노조를 설립하고 조합원이 될 수 있다는 고등법원의 판결이 나고 4년이 지났지만 대법원은 아직도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사용자들은 이러한 약점을 잘 알고 있다. 약속한 근로조건마저 지키지 않은 사용자에 맞서 노조에라도 가입하면 불법체류자가 되기 십상이다. 고용허가제에서 신분은 더 위험하다. 본인 잘못이 아니더라도 해고돼 3개월 내에 알아서 직장을 구하지 않으면 불법체류자가 된다. 현 이주노조 위원장 미셸에 대한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의 강제출국명령의 발단도 이것이다. 다행히 최근 행정법원에서 미셸에 대한 출입국관리소 처분의 잘못을 지적하고 출국명령을 취소했지만 행정부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따르지 않고 있다.

분명 대법원도 불법체류자들에게도 노동3권을 인정할 것이다. 헌법과 법률 나아가 국제법에서도 이들을 차별할 수 있다는 근거는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법률 논쟁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그 기간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제도와 집행의 잘못이다. 누누이 지적됐지만 고용허가제의 개선과 출입국정책은 시급히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더도 말고 G20 수준이면 좋겠다.

이러한 개선이 이주노동자에 대한 과보호라는 의견도 있다. 내국인의 실업자가 넘쳐나는데 일자리마저 이주노동자에게 할애한다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 오류가 있음은 이미 확인된 바 있다. 2009년 초 정부는 경제위기 실업대책으로 이주노동자 도입규모를 축소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위기극복’ 덕분이었지만 사실 이주노동자를 축소한 만큼 국내 노동자들의 고용이 증가하지는 않았다. 염색 공단 등에서는 인력난을 호소했고, 결국 정부 정책은 ‘경기회복’이라는 핑계로 폐지됐다.

결국 우리 산업이 그들이 원하고 있고 이젠 그들 없이는 정상적인 경제운영이 어려울 수도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정확한 평가일 것이다. 이 정도의 분석이 나오면 그에 걸맞은 정책집행은 너무나 당연하다.

다만 각 주체의 집행이 유기적으로 결합했으면 한다. 요즘 들어 정부가 중심이 돼 부쩍 다문화정책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다문화가족지원법을 제정하고 각 지역에 이들을 위한 지원센터를 세우고 있다. 지방정부에서도 직원으로 채용하는 등 앞 다퉈 좋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취지에 맞게 제대로 집행되는지 점검해 볼 일이다.

더 급한 곳은 따로 있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노동3권 보장과 고용허가제의 개선이다. 노동청은 물론이고 다수의 출입국관리소는 다양한 출신 국가를 제대로 감당할 수조차 없다.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

정부가 능력부족이라면 아예 이를 잘할 수 있는 자를 지원하라고 권하고 싶다. 예를 들어 각 지역에 설치된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는 정부가 한 정책 중 몇 안 되는 성공사례일 것이다. 어떤 곳은 지역 노동청보다 훨씬 나은 사건해결 능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이들 센터는 이주노동자들의 생활거점이기도 하다. 하하 페스티벌의 시작도 의정부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였다.

무엇보다 이들 센터의 장점은 불법체류라는 이유로 출입을 막지 않는다.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족이면 그 누구도 출입이 자유롭다. 정부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수요에 비해 예산이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당연히 이들 센터를 지원해야 한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94kimhy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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