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항운노조 위원장

“고용노동부가 항운노조에 노무공급권을 허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항운노동자들은 복수노조를 꿈도 꾸지 말라는 말이나 다름없어요.”

5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정문 앞에서 만난 김영조(59·사진) 포항항운노조 위원장은 조합원 40여명과 함께 지난달 26일부터 노무공급권 불허 결정을 내린 노동부를 규탄하는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다. 포항항운노조는 전국 항만에서 가장 먼저 설립된 복수노조다. 김 위원장은 “기존노조인 경북항운노조는 아버지가 22년, 아들이 11년째 위원장직을 세습하고 있다”며 “노조 운영이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이어서 복수노조가 허용되는 날만 학수고대하며 기다려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7월19일 노조 설립신고를 하자마자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해고통보나 다름없는 제명 처분이었다. 경북항운노조는 5월에 열린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노조에 이중가입할 경우 자동으로 제명처리하도록 규약을 개정했다. 복수노조에 대비한 조치였다.

포항항운노조 조합원들이 일하는 포항신항의 노무공급을 경북항운노조가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제명은 사실상 해고다. 김 위원장은 “노조 설립신고증을 받은 7월22일 곧바로 노무공급권(근로자공급사업) 허가신청을 포항고용센터에 냈다”며 “당연히 노무공급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제명 처분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난 8월23일 포항고용센터는 불허를 통보했다. 노동부는 불허 결정을 내린 이유로 포항항이 최근 물동량이 감소하는 추세여서 신규로 근로자공급사업을 허가할 경우 인력공급의 과잉이 우려된다는 점을 들었다. 노조 간 이해득실에 따라 항만물류사업에 불안정이 예상된다는 것도 불허의 사유가 됐다.

김 위원장은 "노동부 결정은 편파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포항신항의 물동량은 오히려 증가했다”며 “일손이 달려 36시간 연속 근무하는 사태도 종종 벌어진다”고 주장했다. 현재 항운노동자는 12시간 맞교대제로 일한다.

김 위원장은 또 신규로 근로자공급사업을 허가하면 인력공급 과잉이 된다는 노동부의 주장도 이해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소속 노조만 다를 뿐이지 일하는 사람수는 똑같기 때문이다. 그는 “노동부 결정이 법원에서 뒤집힐 것은 불 보듯 뻔하지만,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에게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리라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처사”라고 토로했다. 노동부가 노무공급권 불허 결정을 재검토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지만 우선 실직문제부터 해결해 달라는 설명이다.

"법정에서 노무공급권에 대한 시비를 다툰다 하더라도 지금의 극단적인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결과적으로 포항항운노조 조합원 42명을 해고한 것은 노동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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