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노조 위원장

“정부와 사장은 잘나가는 알짜배기 국부자산을 팔기 위해 컨설팅 비용으로 30억원을 썼습니다. 월급을 받고 사는 노동자들은 민영화를 막겠다고 1인당 45만원씩 투쟁기금을 걷어 3년째 싸우고 있고요. 세상에 흑자 나는 공기업은 외국기업에 떠넘기고, 적자 나는 공기업은 세금으로 메우는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지난달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국민주 공모방식을 주장하면서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인천공항 민영화 논란이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29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가 인천국제공항공사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27일 서울 여의도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강용규(42·사진) 공기업연맹 인천국제공항공사노조 위원장은 “민영화를 주장하는 정부의 논리 중 어느 하나도 공감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위원장은 참고인으로 국감에 참석한다.

정부는 2008년 8월 “해외선진공항 운영기법을 도입하기 위해 해외공항전문기업을 포함한 민간에 공사 지분 15%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곧 국민여론 반발에 부딪혔다. 그러자 최근 홍준표 대표가 국민주 매각방식을 들고 나온 것이다.

강 위원장은“공항은 지역사회의 항공수요를 독점하는 자연독점산업”이라며 “민영화한다고 해서 시장경쟁논리를 적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해외선진공항 운영기법 도입과 지분 매각이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해외공항운영 전문기업에 지분을 넘기면 그들이 수십년 동안 쌓아 온 기술을 전수하고 갑자기 오지 않던 비행기들이 공항을 이용하나요?”

강 위원장은 “외국기업이 남의 나라에 투자하면 투자금 조기회수와 이윤확보가 지상과제”라며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쌍용차는 세계 최대의 기업이 돼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비판했다. 또 인천공항이 계량적·비계량적 분야에서 이미 최고의 효율성을 자랑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엇을 얼마나 더 효율화해야 하나”

인천공항이 세계공항협회가 주관하는 세계공항서비스 평가에서 1천700개 공항과 경쟁해 6년 연속 서비스 세계 1위를 달성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공항 운영에 필요한 인력의 88%는 아웃소싱돼 있다. 공사 정직원은 900명에 불과하다. 6천여명의 아웃소싱 직원들이 공항에서 일한다.

지난해 매출액은 1조2천억원,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5천300억원이 영업이익이다. 지난해 기준 공사 직원들의 1인당 영업이익은 6억2천200만원으로 포스코(3억700만원)·삼성전자(1억5천600만원)·현대자동차(5천700만원)를 한참 앞질렀다.

“총매출의 절반이 영업이익인 기업이 어디 있습니까. 젊은 청년들에게 제공해야 할 6천개 이상의 양질의 일자리를 아웃소싱했습니다. 더 이상 무슨 효율화가 필요하죠?”

일부 민영화 찬성론자들은 "인천공항의 총투자자본 대비 수익률이 낮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강 위원장은 “인천공항이 갖고 있는 부지는 여의도의 18배이지만 개발된 부지는 일부에 불과하다”며 “50년에서 80년이 지나 개발 포화상태에 도달한 유럽지역 허브공항들과 이제 막 10년차에 접어든 인천공항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국민을 현혹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위원장은 공항산업 전문가가 아닌 이들이 민영화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부는 51%의 지분을 보유하기 때문에 “민영화가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는“49% 지분매각도 절대 안전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인천공항의 전체 수익 중 60%가 대한항공·아시아나·신라면세점·롯데면세점 같은 대기업에서 나옵니다. 지분 3%만 보유해도 회계장부를 열람할 수 있어요. 이들 대기업들이 어떻게든 지분을 사들여 경영에 간섭하려고 할 거예요.”


“민영화되면 서비스질 저하될 수밖에”

그리스 아테네공항의 경우 정부가 지분 55%를 보유하고 있지만 지분 45%를 보유한 독일기업 호흐티프 컨소시엄이 이사회를 장악한 후 시설사용료가 500% 인상됐다. 호주 시드니공항그룹은 2002년 민영화된 후 바로 이듬해 적자로 전환되고 주주배당금액이 매출액 대비 46.7%가 되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이 인천공항 민영화를 주장하면서 임대료 같은 비항공 분야 수익이 항공 분야 수익보다 높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에 대해 강 위원장은 “비항공수익이 높기 때문에 항공이용료를 경쟁공항보다 30~70% 낮춰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인천공항이 세계 서비스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배경을 소개했다.

“실제로 공항에서 고객을 접하며 일하는 사람은 법무부 기관원이나 세관원 같은 공무원들입니다. 대한민국 공무원 중에 민간업체 직원들 이상으로 고객지향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그들이 그렇게 일하는 것은 인천공항이 100% 국영기업이기 때문 아닐까요. 인천공항이 민영화되면 가장 큰 경쟁력인 서비스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강 위원장은 "인천공항뿐만 아니라 세계 서비스 2위를 한 싱가포르 창이공항, 홍콩 첵랍콕공항이 모두 공기업이라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결코 작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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