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이 ‘상종가’다. 고용없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경제에 있어 사회적 기업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대기업들이 사회적기업을 직접 설립하거나 지원에 나설 정도다. 사회적기업이 일자리도 나누고 이미지도 홍보하는 수단으로 대기업에게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도 사회적기업 설립을 지원하거나 대기업의 사회적기업 유치에 힘쓰고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사회적 기업은 저소득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사회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영리기업과 다르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예비 사회적 기업을 포함한 사회적 기업은 모두 1천537개다. 지난 2007년 말 446개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났다. 사회적기업 유형으론 일자리 제공형, 사회서비스 제공형, 지역사회 공헌형, 혼합형이 있다.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사회적 기업이 취약계층 일자리 제공형이다.

사회적기업은 정부로부터 경영컨설팅, 인건비, 법인세·사회보험료 감면 등의 지원을 받는다. 사회적기업은 3년, 예비사회적기업은 2년까지 정부지원을 받는다. 지난해 말 현재 사회적기업 종사자수는 1만3천535명이며, 이 가운데 7천850명이 취약계층이다.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사회적기업을 5천개로 늘린다는 단계적 확대전략을 제시했다. 사회적기업 투자펀드와 신용보증 확대, 지방세 감면을 통해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는 활성화방안도 제시했다.

외형만 보면 사회적기업은 잘 나간다. 숫자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그런데 속사정은 이와 달랐다.

곽선화 부산대 교수의 사회적기업 3주년 성과분석에 따르면 2009년 말 현재 사회적기업 가운데 75%가 영업손실 상태로 나타났다. 사회적기업의 운영자금은 매출액 70%와 정부지원금 30%로 운영되고 있는데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55억원을 기록했다. 정부지원금으로 영업손실을 메우고 있는 형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자생능력이 있는 100인 이상 사회적기업은 11곳에 불과하며 절반 이상이 20인 미만의 영세한 규모인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말에 정부로부터 인건비 지원이 중단되는 사회적기업은 전체의 25% 가까이 된다.

영세기업이 3년 안에 폐업하는 비율이 높은 것을 감안할 때 사회적기업도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사회적 기업 인증 후 취소된 기업은 모두 17곳이다. 경영난에 따른 폐업과 인증서 자진반납이 대부분이었다.

정부 지원을 받는 사회적기업 수가 늘어나면서 당국의 감독이 소홀해 나타나는 문제도 발생했다. 인건비를 지원받고 있는 사회적기업에서 엉뚱하게 임금체불이 발생했다. 지난 2008년 후 올해 7월까지 신고된 사회적기업의 임금체불액은 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선 한나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가 제출한 국감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이 의원은 사회적기업과 체불기업 명단을 대조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65개 사회적 기업이 150명의 노동자의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말 현재 전체 사회적기업 종사자는 평균적으로 1인당 월 110만7천원을 받았다. 취약계층은 이보다 적은 98만6천원을 받았다.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한 임금마저 체불하는 사회적기업도 있는 셈이다.

이렇듯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공헌도는 높지만 재정수익구조는 매우 열악하다. 또 사회적기업의 종사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의 질은 매우 낮다. 숫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니 당국의 관리감독도 느슨할 수밖에 없다. 이젠, 사회적 기업의 양도 중요하지만 질을 높여야 할 때라는 얘기다.

이를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사회적기업의 생태계는 이윤추구만을 목적으로 하는 시장경제와 다르다. 외국에선 민간·공공부문과 또 다른 사회적 경제라는 제 3지대로 여기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사회서비스산업 또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회적기업을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 지원이 사회적기업의 창업동력이 되고 있지만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지 않는데 있다. 사회서비스산업이 타 산업에 비해 매우 낙후된 탓이다. 정부의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접근방식을 바꿔야 한다.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활성화하려면 정부가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사회적서비스의 공급가격을 끌어올리는데 정부가 선도해야 한다. 이것이 사회서비스의 질도 높이고, 국민들의 높은 복지욕구에 부응하는 길이다. 사회적기업의 종사자의 근로조건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이를 위해 사회적기업의 평가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공헌도가 높다면 이를 척도로 평가해야 한다. 정부지원의 지속여부와 규모도 이를 기준으로 결정하는 것이 좋다. 단순히 자립가능성 여부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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