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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사태는 경제 금융화의 한 단면

한지원

노동자운동
연구소 연구실장

저축은행 부실이 다시 한 번 경제 쟁점이 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토마토·제일·프라임저축은행을 비롯한 7개 저축은행에 영업정지 명령을 내렸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6개 저축은행에 대해 2~3개월 내 자구노력이 없으면 추가로 영업정지를 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로써 이미 파산한 부산저축은행을 포함해 자산순위 1위부터 3위까지의 저축은행이 모조리 영업정지를 당하게 됐다.

이번에 영업정지를 당한 저축은행들의 행태를 보면 이들 은행들은 은행 간판만 내걸었지 카지노 도박장과 다름이 없었다. 12억원 규모의 땅을 담보로 1천억원 가까운 대출을 해 주고, 수도권 토지개발사업에 자산의 70% 가까이를 쏟아붓는가 하면, 대주주의 차명계좌를 이용한 사기대출도 밥 먹듯이 진행했다. 사업성이 불분명한 건설사업에 대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토마토저축은행은 3천여억원의 대출 중 70%가 부실채권이 됐고, 제일저축은행은 5천여억원의 60%가 부실채권이 됐다. 그리고 금융당국의 고위간부들은 퇴직 후 이들 은행에 감사와 사외이사로 들어가 금융당국의 규제를 느슨하게 풀어놓았다. 5개월 전 부산저축은행 비리와 놀랍도록 닮아 있는 꼴이다.

이쯤 되면 올해 벌어진 저축은행 연쇄 부실사태는 몇몇 은행 대주주들의 개인적 비리로 치부해서는 안 될 사안이다. 아무리 금융당국의 감시가 소홀했다고는 하나 자산순위 상위권 저축은행이 모조리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인한 대규모 부실과 사기대출을 몇 년간 진행해 오다 결국 모두 영업정지됐다는 것은 시스템에 큰 문제가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부실대출 문제를 보자. 금융시장이 거대해지면서, 금융시장의 자산은 실물가치에 근거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금융자본의 ‘신용’에 더 크게 의존하게 됐다. 기업들은 무담보회사채를 발행하고, 은행들은 이러한 사채를 사들이며 신용규모를 키우는 것이 일상화됐다. 문제는 이러한 거래가 일상화되며 실제 생산된 가치와 괴리된 거품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태는 일반 대출에도 이어져 저축은행들처럼 막무가내 대출을 계속해도 아무도 의아해하지 않게 된다.

프로젝트 파이낸싱도 현재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분양가치를 담보로 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막무가내로 진행된 부실대출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개발사업이 잘되면 ‘프로젝트’가 되는 것이고, 개발사업이 망하면 결과론적으로 부실대출인 것이다. 이러한 대출이 워낙 일반적이다 보니 금융용어 하나를 만들어 낸 것뿐이다.

결국 이러한 저축은행 부실사태는 한국 경제의 금융화로 인해 언젠가는 발생할 일이었다. 한국 경제는 IMF 이후 대대적인 금융개방과 금융자유화 조치를 계속해 왔다. 투기성을 가리지 않고 모든 외국자본에게 금융시장을 개방한 결과 주식시장은 외국 투기자본과 이 투기자본에 편승한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투전판이 됐고, 이 투전판에 참여한 수많은 서민들이 빈털터리가 됐다. 규제가 풀린 금융자본은 주식시장보다 더욱 규모가 큰 부동산시장에도 돈을 대기 시작해 건설자본에게는 돈 한 푼 없이 분양권을 담보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제공하고, 서민들에게는 그 아파트를 사라고 부동산 담보대출을 제공하면서 시장규모를 키웠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막대한 이자 차익을 양쪽에서 거둬들였다.

주식 한 번 안 사 본 사람이 없을 테고, 지금도 부동산 담보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연일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 서민들이 부지기수다. 금융자본이 만들어 놓은 도박판에 국민 모두가 사실상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의 저축은행 사태는 이러한 국민경제 금융화의 한 단면이다.

정부는 현재 공적자금을 투입해 저축은행 줄도산을 막아 보겠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지난 2008년부터 현재까지 이번에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에도 2조원가량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바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부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저축은행 전체에 투입한 돈은 7조원이 넘는다. 투기를 부추기고, 투기로 돈 잃고 부실해지면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의 악순환이 이미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데, 정부는 근본적 해결책은 내놓지 않고 예전의 방식을 답습하겠다고 한다.

스페인은 자산시장 거품을 키우다 부동산 폭락과 연이은 저축은행 연쇄도산으로 현재 유럽 경제의 큰 근심거리가 됐다. 한국과 비슷하게 스페인의 저축은행도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고, 정부는 이를 방치했다. 한국이 스페인과 같은 경로를 가지 않기 위해서는 주식시장·부동산시장·은행 역할 등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한지원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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