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0일 실시한 고용노동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정동영 민주당 의원이 삼성백혈병 산재인정 판결에 대해 항소한 신영철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을 불러 질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답변하는 신 이사장이 눈을 질끈 감고 있다.    정기훈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발병 문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정감사 이슈로 떠올랐다. 이번엔 올해 6월 산재인정 판결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항소 문제가 타깃이 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0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고용노동부 대회의실에서 국정감사에서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근로복지공단이 사실상 삼성법무팀 역할을 하고 있다”며 “지난 7월4일 근로복지공단 소송 관계자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핵심 인사들과 만나 항소와 관련해 합동대책회의를 가진 바 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공단은 7월4일 오전 삼성전자측과 만난 뒤 이날 오후 검찰에 항소의견서를 제출했고, 같은달 14일 오전 삼성전자측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삼성반도체에서) 벤젠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한 뒤 같은날 오후 법원에 항소장을 접수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국정감사에서 신영철 공단 이사장 사퇴요구가 이어졌다. 신 이사장은 지난 7월7일 공단 앞에서 사흘째 농성 중인 유족을 만나 “항소 여부는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서 전문가 의견을 듣고 공단 의견을 검찰에 전달할 것”이라며 “만약 항소를 하게 된다면 사전에 유족·피해자에게 항소 사실과 그 이유를 미리 알려 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이미 사흘 전인 4일 검찰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해 놓고 뻔뻔하게 거짓말을 했다”며 “신 이사장은 사과하고 항소를 철회하는 한편 스스로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신 이사장은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며 “항소 여부 최종 결정은 검찰이 하기 때문에 공단 본부 차원에서 전문가 의견을 별도로 듣고 검찰과 협의하겠다고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7월4일 항소의견서를 제출한 것에 대해) “소송은 공단 경기본부 송무팀이 추진하는 것이어서 당일에는 몰랐고 (이틀 뒤인) 6일께 보고받았다”고 답변했다.

이미경 민주당 의원은 “(삼성반도체 백혈병 관련해) 지난 4년간 삼성이 막았지만 진실이 나오고 있는데도 정부가 삼성의 눈치를 보며 나서지 않는 것 아니냐”며 “우리도 일본과 같이 산재 입증을 공단이 지도록 법을 개정하고, 기술발전에 따라 새로운 화학물질을 다루는 만큼 상시적 질병리스트위원회를 만들어 직업성 암을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채필 노동부장관은 “정부는 특정기업 눈치보기를 하지 않는다”며 “직업성 암 리스트 추가 문제는 필요시 추가하도록 검토하고, 입증책임도 소송절차상 일반원칙에 부합한다면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장시간 근로시간 개선과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근로기준법상 주당 40시간과 초과근로 12시간 등 총 5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 토·일요일 휴일근로는 통계에서 제외되고 있다"며 "노동부의 잘못된 행정해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이어 "주 5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즉각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환노위는 다음달 7일 국회에서 열리는 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과 이재용 한진중 대표·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채길용 노조 한진지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심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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