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금속노동자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업체 소속 김아무개 총무의 업무수첩이 공개되면서 현대차가 그동안 불법파견을 증명할 만한 자료를 은폐하거나 폐기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구속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정동 노조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개 하청업체 총무의 업무수첩만 봐도 불법파견의 정황이 이렇게 세세하게 나와 있는데, 노동부는 2004년 현대차에 대한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뒤 ‘더 이상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엄살을 부렸다”며 “지금이라도 현대차 생산현장과 하청업체 사무실을 수색하면 불법파견 증명자료가 쏟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법파견 수사에 대한 정부당국의 의지 부족을 꼬집은 것이다.

노조는 “현대차가 근로기준법이나 파견법·노조법 같은 노동관계법상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사용자 지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차가 채용에서 징계까지 근로기준법상 사용자 권한을 행사했고, 하청업체는 노무관리 대행기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나온 충남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처럼 사내하청 고용을 도급이 아닌 파견관계로 해석할 경우 현대차는 파견법상 실질사용자의 입장에 놓이게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금속노조 법률원 관계자는 “수첩 속 내용대로 현대차가 직접 사내하청노조의 활동을 감시하고 탈퇴를 강요하는 등 노조활동에 개입하거나 불이익을 준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현대차가 주장해 온 것처럼 근기법이나 파견법상 사용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부당노동행위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불법행위”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현장 노동자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송성훈 현대차 아산사내하청지회장은 “수첩에 담긴 내용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라 모두가 알고 있던 내용”이라며 “수첩 내용대로 징계가 진행됐고, 심지어 현대차는 조합원들에게 보내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까지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양상은 현대차 울산·전주공장에서도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웅화 현대차 울산비정규직지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직 2개월이 끝나고 복직한 지 하루 만에 해고됐는데, 이는 현대차 울산공장 관리자들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문건에 명시돼 있던 내용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전주공장에서는 최근 현대차 관리자들이 사내하청 해고자들의 공장 출입을 막으면서 마찰이 일고 있다. 조봉환 현대차 전주비정규직지회 사무장은 “현대차 관리자들이 노조사무실 출입을 막는 것은 스스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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