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노무사
(노무법인
노동과 삶)

1. 사건의 개요

00청(2005년 1월 한국00공사로 전환)은 2004년 4월 고속철도 개통을 앞두고 2003년 9월경 고속철도의 승객서비스업무를 외주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옛 파견법 등 관련법령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대해 노동부(현 고용노동부)에 질의했다. 노동부는 ①승무원의 승객서비스 업무는 파견사업의 허용대상이 아니며 ② 외주로 운영하려면 완전 도급형태로 추진해야 하고 도급형태를 가장해 추진하면 파견법에 저촉되는데 ③ 도급으로 추진할 경우 독립적으로 업무수행이 가능한 업무(특실서비스)에 한해 추진 가능하며 ④ 00청에서 질의한 KTX승무원의 업무는 그 성격한 독립적으로 업무수행이 어려우므로, 승객서비스 업무를 외주화하는 것은 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회신했다.

그러나 00청은 정부의 공무원정원 억제방침에 따른 건설교통부의 권고에 따라 특실서비스 업무만을 독립시키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2003년 12월31일 ‘열차의 운전취급 등 안전과 관련된 업무’와 ‘승객서비스 업무’를 분리해 승객서비스 업무를 홍익회에 위탁했다. 홍익회는 2004년 2월 고속열차 승무원을 채용해 2004년 3월4일부터 그 해 12월31일까지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했고, 철도유통으로 고용승계된 이후 2005년 1월 2005년 12월31일까지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2006년 3월1일 380명의 고속철도 승무원들은 한국00공사의 사용자성 인정 및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고, 2006년 5월15일 파업을 하던 승무원이 전원 해고됐다. 이후 한국00공사의 고소·고발과 손해배상청구, 2년을 넘긴 장기투쟁에 남아 있던 승무원은 34명으로 지부장 오00등 남아있던 승무원들은 2008년 11월26일 한국00공사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및 임금지급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10년 8월26일 서울중앙지법은 2006년 5월 해고된 승무원들은 한국00공사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됐다며 승무원들이 한국00공사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했으나, 한국00공사는 즉각 항소했고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19일 피고인 한국00공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2. 승무원 업무의 성질상 도급(위탁)이 가능한지 여부

피고 한국00공사는 고속철도 승객서비스 업무 중 KTX 여승무원 업무(고객서비스)를 열차팀장의 업무(안전업무)와 분리해 도급형식으로 위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KTX 여승무원 업무가 고속철도 여객사업을 함에 있어 한국00공사의 열차팀장 등을 통한 고속철도 운행 및 승객의 안전과 밀접하게 관련된 부분이 상당 부분 존재하고, KTX 여승무원 업무는 철도공사의 승객서비스 업무의 일정 영역을 인위적으로 종적 단면적으로 구분해 철도공사 직원인 열차팀장과 위탁업체 직원인 KTX 여승무원의 역할분담만을 분리하고자 한 것으로 실제 승객서비스 업무의 성질상 열차팀장과 KTX 여승무원은 열차팀장의 지시, 감독권 유무와 관계없이 상호 공동업무수행자의 지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어 “승객서비스 업무 중 KTX 여승무원 업무를 열차팀장의 업무와 분리해 이를 도급형식으로 위탁하는 것은 도급인의 업무 영역과 수급인의 업무 영역이 상호 혼재돼 도급계약의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봐 2003년 9월 승객서비스 업무를 외주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법에 저촉된다는 노동부1)의 입장과 비슷한 판단을 했다.


3. KTX 여승무원들과 한국00공사의 근로계약관계 성립여부(위장도급 여부)

한국00공사는 공사의 자회사인 철도유통 등에 대한 KTX 여승무원들의 승무업무 위탁은 진성 도급이므로 KTX 여승무원들과 한국00공사 사이에는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적어도 KTX 여승무원의 업무에 관해서는, 철도유통 등은 형식적으로는 철도공사와 체결한 위탁협약에 기해 소속 근로자들인 KTX 여승무원들로부터 노무를 제공받아 자신의 사업을 수행한 것과 같은 외관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업무수행의 독자성이나 사업경영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채 철도공사의 일개 사업부서로서 기능하거나 노무대행기관의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고, 오히려 철도공사가 KTX 여승무원들로부터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받고 임금수준을 포함한 제반 근로조건을 정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철도공사와 철도유통 사이의 업무위탁은 ‘위장도급’에 해당해 KTX 여승무원들과 철도공사 사이에는 직접 철도공사가 KTX 여승무원들을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했다”고 판단했다. KTX 여승무원의 업무를 위탁받은 철도유통(이전 홍익회)의 독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한국00공사의 한 사업부서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본 것이다.


4. 여승무원들과 한국00공사의 ‘근로계약관계의 존속’여부(기간제 근로자인지 여부)

한국00공사는 KTX 여승무원들과 00공사 사이에 근로관계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KTX 여승무원들은 1년이라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자였고 그 계약기간이 경과했으므로 근로관계는 이미 종료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KTX여승무원의 업무는 고속철도의 운행 및 승객의 안전과 밀접하게 관련된 업무로서 전문적 소양이 요구되는 상시적·계속적 업무이고, 여승무원들의 의사에 반해 계약갱신 거부 사례가 없었던 점, 열차승무 업무는 정규직 업무였음에도 불구하고 철도공사가 KTX 여승무원을 기간제 형식으로 채용한 것은 정부의 공공부문 정원 억제 방침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 KTX 여승무원들은 계약기간을 정해 채용된 근로자들이라 할지라도 사실상 그 기간의 정함이 형식에 불과해 실질적으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5. 해당 판결의 의미

법원은 파견법에서 파견근로를 금지하고 있는 입법취지를 잠탈하지 못하도록 수급인인 원 고용주(철도유통)와 근로자(KTX 여승무원)가 도급인(한국00공사)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를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속철도의 운행과 승객의 안전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승객서비스 업무의 성질상 열차팀장과 KTX 여승무원은 상호 공동업무수행자의 지위에 있기 때문에 이를 인위적으로 분리해 도급위탁할 수는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는 공공부분의 정원 억제방침(예산중 인건비를 사업비로 대체하는 형식, 즉 철도유통 등 자회사로의 승무원 편제는 모회사인 한국00공사의 인건비 부분은 축소하나 사업비 부분 확대라는 결과를 가져옴)으로 인한 탈법적 외주화에 대한 노동법적 제동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최근 기업들이 직접 근로관계에서의 사용자 책임의 회피 등을 목적으로 원 고용주에게 고용돼 제3자의 사업장에서 제3자의 업무와 관련해 제3자의 지시·명령에 따라 노무제공을 하는 근로자(간접고용 비정규직)를 사용하는 위장도급이 증가하고 있는바 이런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는 파견법 등 노동법에 위반되는 것이므로 엄격하게 규제돼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6. 결론

한국00공사는 2008년 10월 철도노조 KTX승무지부가 물리적 투쟁을 중단하고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을 때 “법원 판결이 나오면 그에 따르면 될 것”이라는 공식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위장도급여부와 실질 사업주에 대한 법원의 공식적인 판단을 6번이나 받은 상황에서 한국00공사는 금반언의 원칙을 존중해 더 이상 소송을 장기화하지 말고 결자해지의 모습으로 조속히 KTX 여승무원 문제를 해결하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1) 노동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2005년 9월과 2006년 9월 두 차례 여승무원들의 파견법 위반 진정에 대해 조사결과 불법파견의 요소를 확인하고도 적법도급이라고 결론지어 이 사건이 장기화되는데 한 몫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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