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비정규직의 사회보험료를 국고에서 지원하고, 임금 수준을 높이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30인 이하 기업 비정규직의 사회보험료 지원과 비정규직의 임금 수준을 정규직의 80% 이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내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한다.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비정규직 고용비율이 높은 기업을 공개하겠다는 계획도 논의됐다. 김성태 한나라당 비정규직특위 위원장은 본지(1일자 10면)와 인터뷰에서 “상시적이고 핵심적인 업무에 사내하도급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하겠다”고 했다.
이제 공은 정부한테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당정협의를 마치고 나면 정부는 대책을 바로 발표할 것이다. 한나라당과 정부의 비정규 대책, 과연 심각해진 비정규직 문제를 풀 수 있는 맥을 제대로 짚었을까.


“비정규직 2년 이상 사용직무 비정규고용 금지해야”
이상원 한국비정규노동자연대회의 의장

이상원

한국비정규노동자
연대회의 의장

지금 한나라당과 정부는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보험 적용에는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 같다. 하지만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험 적용은 관련법에 명시됐기 때문에 당연하다. 이를 대책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국민과 노동자를 우롱하는 것이다.

동일 장소와 동일 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 원칙이 분명히 세워져야 한다. 동일 직무에 대해 2년 이상 비정규직을 쓸 경우 그 직무 자체를 무조건 정규직화하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같은 직무에 대해서는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임금을 같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정규직을 2년 사용하고 나서 계약해지하거나, 외주화하는 편법이 사라진다. 또한 특수고용직에 대해 사회보험 적용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특수고용직 노조를 합법적으로 인정해줘야 한다.

사내하도급에 대한 제재가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데, 사내하도급에 대한 논의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공장 밖에서 행해지는 도급과 용역에도 원청이 직접 개입하는 등 불법파견적인 요소가 많다. 도급과 용역 등 간접고용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하고, 이를 어길 경우 지체없이 직접 고용으로 간주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포퓰리즘적 지원책 안돼”
황인철 한국경총 기획홍보본부장

황인철

한국경총
기획홍보본부장

한나라당이 얘기하는 비정정규직의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 거기에는 파견직이나 기간제 같은 비정규직 외에 사내하도급 근로자까지 포함돼 있다. 비정규직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근속연수가 비슷한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임금이 현대차 정규직 임금의 80% 수준이다. 대공장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경우 임금 차별이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 중소·영세기업 근로자는 차별 행위에 대한 비교 대상 자체가 없다. 누구랑 비교해서 차별을 개선할 것인가.

일단 정부가 비정규직의 개념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그런 다음 비정규직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무조건 정규직 임금의 80%까지 올려준다는 식은 곤란하다. 그런 방식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극단적 포퓰리즘이다.

비정규직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발전해가도록 지원을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평생 파견직으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 파견 노동자가 자신의 능력을 발판으로 정규직이 될 수 있도록 정부는 더 나은 일자리 제공을 고민해야 한다.
 


“비정규직 대책, 고용안정이 핵심 화두”
윤애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정책위원

윤애림

전국불안정노동
철폐연대 정책위원

차별해소에 초점을 둔 비정규직 대책은 실효성을 발휘할 수 없다. 2007년에 제정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비정규직 관련법에서도 기간제 근로자(비정규직)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정규직) 간의 차별적 처우를 금지했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명시하고 있다. 법 제정 당시 노무현 정부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법에 명시하면 사용자들이 적어도 상용직에 해당하는 노동자는 비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같은 임금을 줄 바에는 정규직을 채용할 것이고, 때문에 비정규직이 줄어들 것이라는 의미였다.

4년이 지난 지금 이러한 법 규정은 실효성을 잃은 지 오래다. 노동위원회에 제기할 수 있는 차별시정 건수도 급격히 줄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최근 비정규직 대책으로 ‘사용사유 제한’을 들고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 다른 처방이 필요하다.

핵심은 고용이다. 고용이 안정돼야 차별도 시정될 수 있다. 반대로 고용이 불안하니 차별이 시정되지 않는 것이다. 당장 자신이 해고되거나 계약이 해지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누가 자신의 차별을 시정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겠는가. 또 차별시정을 요구했다 하더라도 사용자가 계약연장 등을 조건으로 화해를 신청하면 대다수가 받아들인다. 이게 현실이다.

차별해소에 초점을 둔 한나라당의 대책은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한다. 비정규직 남용을 막고 차별을 해소하려면 사용사유 제한을 확대하는 방안밖에 없다. 정부 당국은 그동안의 대책을 철저히 평가하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산규모 늘리고, 확실한 집행방침 담아야”
홍희덕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홍희덕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현재까지 알려진 한나라당과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보면 아직은 그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 고민은 하는 것 같은데 실효성에선 의문이다. 예컨대 기업 내 차별을 없애겠다며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의 80% 이상이 되도록 하겠다고 하는데 이를 위해 제도나 법률로 담아내겠다는 내용은 없다.
그보다는 사내하도급 남용을 금지하기 위한 확실한 법률을 만들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예산지원안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정부는 국회가 과거 정규직 전환지원예산을 책정했음에도 쓰지 않지 않았나. 이번에는 획기적으로 그 예산규모도 늘리고 확실한 집행을 담보했으면 좋겠다.

사용사유 제한이나 파견허용 업종과 관련된 내용들이 논의되지 않았다는 점은 안타깝다. 그저 백화점식으로 전시하기 보다는 사내하도급·외주용역 문제를 법률로 규제해야 한다. 대법원 판결을 받고도 이행하지 않는 현대차 같은 대기업에 대해서도 확실한 규제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뒤늦게라도 한나라당이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니 정부도 여당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마음을 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길 기대해 본다.


"차별과 불평등 줄이는 게 핵심"
김성태 한나라당 비정규직특별위원장

김성태

한나라당
비정규특별위원장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사업장 내 임금·근로조건의 차별과 불평등을 줄여주는 게 핵심이다. 사용사유 제한을 통해 아예 비정규직을 못 쓰게 하는 것은 기업의 저항과 반발이 예상된다. 오히려 비정규직의 임금·근로조건 개선대책이 소홀해질 수 있다.

비정규직특위가 지난달 실태조사를 해보니 한국GM은 경영성과급의 경우 원청이 사내하도급에 70% 수준으로 주더라. 앞으로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 임금의 80% 이상 수준이 되기 위해서는 이 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함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위한 정책·제도적 장치가 확보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영세사업장 저임금근로자의 4대보험 가입률을 높이고 임금·근로조건의 차별을 줄이면서 사업장 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평준화를 이룰 것이다.

이밖에 현재의 공기업선진화방안이 되레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경우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인력운영을 할 경우 페널티를 주어 공공부문에서 먼저 비정규직 남용을 못 하도록 할 것이다.

다만 시간이 걸린다. 당정협의 과정도 있고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부처 간 협의도 필요하다. 실질적 협의를 거쳐 어떻게든 다음주 중 종합대책을 발표하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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