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0.9.29 화 08:00
상단여백
HOME 칼럼 기고 노노모의 노동에세이
사용자의 실질적 부당노동행위 막을 법개정 절실

정유진
공인노무사
(노무법인 참터
대구지사)
○○브레이크 해고자의 소송비용 마련을 위한 일일호프에 다녀왔다. 5명의 해고자들이 일일호프를 통해 얻고자 한 것은 소송비용 마련과 조합원과 지역노동자들의 관심과 지지, 연대였다.
○○브레이크지회는 2010년도 임금·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진행했고 교섭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노동위원회의 조정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쟁의행위를 진행했는데도 회사는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지회는 즉각적으로 현장복귀 선언을 하고, 현장복귀 공문을 수차례 발송하고 근로자 개별 성실근로 제공확약서·쟁의행위신고철회서까지 제출했다. 그런데도 회사는 직장폐쇄를 유지하면서 도리어 공격적인 단체교섭요구안을 제시했다. 노조는 불법파업과 쟁대위·배우조정자 처벌, 직장폐쇄 기간 중 무임금은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할 일이고 나머지는 모두 회사의 요구안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회사는 단체협약 체결을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선별적으로 조합원들을 복귀시켜 회사에서 숙식시키면서 노조와의 연락을 일체 차단시켰다. 복귀한 조합원들은 회사의 요구와 지원에 의해 집행부 총사퇴를 위한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했고 결국 회사는 사용자가 선호하는 노조를 세웠다. 이 노조는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기업별노조로 조직형태를 전환했다. 물론 이 노조는 회사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했다. 회사는 9명의 간부들에게 4억1천만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더 나아가 해고 5명을 포함한 37명에 대한 징계, 업무방해에 대한 고소까지 진행했다.
조직형태 변경 전 ○○브레이크지회는 대의원대회에서 2010 임·단투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적비용을 조합비에서 집행하기로 결의했으나 이마저도 벽에 부딪혔다. 징계자들이 부당징계·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취하하지 않으면 회사가 추가적인 가압류와 손해배상청구를 진행할 것이라며 기업별노조가 나서 구제신청취하를 종용했다. 이들은 업무방해에 대한 벌금을 노조가 지급하는 것을 조건으로 본안소송을 취하 할 것도 요구했다.
결국 이 과정에서 해고자 외의 조합원들은 회사와 기업별노조의 부당한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법원의 판단을 받을 최소한의 기회마저 포기한 것이다. 회사는 모든 사안에 돈을 걸었다. 그것도 선별적으로 채찍을 휘둘렀다. 회사는 해고자 5명에 대해서만 10억원 규모의 손배소송을 추가로 진행했다.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조합원 2명을 복직시키는 대신 이행강제금을 납부하고 있다. 노조에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않은 대신 노조 간부, 특히 강경한 주장을 펼친 평조합원에게까지 손배·가압류를 걸었다. 간부 중에도 차기 대표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해고와 모든 법률적인 조치를 취했다.
해고자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소송은 모두 4가지에 달한다. 이들은 개인적인 경비로 이들 소송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해고자들의 요구는 회사가 ‘기본’을 이행하라는 것이다. 부당해고로 판결된 조합원을 원직복직시키고, 선별적 가압류와 손해배상청구소송 취하하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회사는 공공연히 대법원의 확정판결이후에도 해고자에 대한 복직은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가압류와 손해배상 청구도 해고자들이 소송취하나 복직투쟁·조합활동 포기 같은 반대급부를 제공하지 않는 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줘도 회사는 별로 어려움을 겪을 것 같지도 않다. 민간 기업에게 벌금은 표면적인 불명예일뿐 경영진에게는 훈장처럼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거기에 3년 넘게 진행되는 소송과정에서 노조를 고립시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것이고, 해고자 복직 문제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 덕분에 눈엣가시인 조합원을 ‘선량한’ 직원에게서 차단시킬 수 있다. 반면 해고자들은 심각한 경제적 압박과 심적 갈등을 견뎌야 한다. 엄청난 개인적인 결단과 인내가 필요하다. 끝까지 자신의 소신을 유지하기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부당노동행위로 사업주가 구속되는 경우는 전무하다. 벌금 등의 경제적 부담은 사용자에게 법을 준수하도록 강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03년 1월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씨가 몸에 불을 붙여 목숨을 끊은 후 당시 정부와 경영계·노동계는 손배·가압류 남용 방지 등의 사회협약을 맺었지만 진전된 대책이라고는 임금 가압류 때 최저생계비를 남기라는 내용뿐이다. 직장폐쇄, 손배·가압류는 노동자와 노조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꾸준히 활용되고 있고, 최근에는 거의 예외없이 이용되고 있다. 결국 손배·가압류는 법으로 보장된 노조 탄압이고, 부당노동행위가 분명하다. 사용자의 실질적인 부당노동행위를 금지·제재할 수 있게 법을 개정하고, 엄격한 법 집행을 강제할 합리적 수단 마련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이유다.

정유진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유진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