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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화장실서 대변보다 급사해도 업무상재해

회사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다 사망했다면 업무상재해일까 아닐까. 배변을 보던 중 이른바 ‘발살바(Valsalva) 효과’로 갑자기 숨진 경우 배변행위가 업무에 따른 부수적인 일이었다면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왔다.

도로공사 현장소장 송아무개(49)씨는 지난 2003년 7월 충남 공주의 한 식당에서 동료들과 저녁식사를 하려다 가슴이 답답해 공사현장 소장실로 돌아왔고, 이후 화장실에서 변을 보다 ‘발살바 효과’로 그 자리에서 숨졌다.

발살바 효과는 운동 등을 하면서 숨을 참고 갑자기 아랫배에 힘을 줄 때 뇌에 산소공급이 일시적으로 차단돼 의식을 잃는 현상을 말한다. 송씨는 사망 당시 심장 관동맥 경화증을 앓고 있었다. 심장 관동맥 경화증은 혈액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발생하는 심장질환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급격히 악화된다.

송씨는 건설공사 특성상 여러 현장을 전전하며 일했다. 특히 오랜 기간 동안 공사현장과 주거지가 멀리 떨어져 있어 자택에는 2주에 한 번 정도 들를 정도로 누적된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또 송씨가 일했던 현장에서는 그만둔 전임자가 공사현장 설계를 변경하고 민원 등을 해결하지 못해 작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송씨는 통상적으로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일을 했지만 사망 무렵에는 민원 해결 등으로 인해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일을 해야 했다.

이에 송씨의 유족들은 업무상 스트레스에 따른 업무상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요양을 신청했고, 공단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유족의 손을 들어줬고, 대법원 또한 원심을 확정해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을 공단이 부담하도록 했다.

“배변행위 업무상 수반된 행위”

대법원은 망인의 배변행위가 업무수행 중 수반된 행위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숨진 장소가 현장 사무실 내 화장실로 사업주의 지배·관리 범위 내에 있는 곳이었다"며 "사망시점 또한 현장 소장실에서 부하직원과 업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뒤 얼마 지나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해 망인의 배변행위를 업무수행 중 이에 수반된 행위로 보고 업무상재해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업무상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또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존 질병이 직무 과중 등의 원인으로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되는 경우도 업무상재해에 포함된다는 점을 감안했다.

"업무상 스트레스가 기존 질환 악화"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학적 견해에 따르면 스트레스는 교감신경을 자극해 심근의 산소요구량을 증가시키고 심근 허혈을 악화시켜 심장의 관상동맥질환을 유발 또는 악화시키고 혈전 형성을 가속화시킨다“며 "망인이 오랜 기간 공사현장에서 소장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받은 업무상 스트레스가 그 진행 과정을 자연경과 이상으로 악화 시켜 ‘발살바 효과’를 유발해 갑자기 숨진 것으로 추단된다”고 밝혔다.

[관련판례] 대법원 2006두17956
 

김은성 기자  kes04@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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