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수는 없어 아이를 품고 청문회장에 들었다. 알 바 없는 아이가 낯설어 칭얼댔다. 하는 수 없이 아이를 맡겼다. 청문회장 뒷자리에 홀로 가만 앉았다. 할 일은 따로 없어 회장님 뒤통수만 지켜보던 엄마가 문득, 혼자 울었다. 박창수·김주익·곽재규 그 이름이 들렸다. 회장님은 그들을 몰랐다. 더는 죽이지 말라고 누군가 호소했다. 소리 낼 순 없어 삼켰지만, 왈칵 눈물이 절로 쏟아졌다. 환노위원들의 질타가 증인석에 쏟아졌다. 여야가 없었다. 고개 숙인 회장님은 준비한 답변을 내리읽었다. 죄송하다고, 틈틈이 되뇌었다. 종종 찡그렸다. 별수는 없어 가만 뒤에서 지켜보던 도경정 한진중공업가족대책위 대표가 눈이 벌겋도록 울었다. 어쩔 순 없어 맨손으로 눈물 가만 훔쳤다. 별수는 없었다고, 정리해고는 어쩔 수 없었다고 회장님은 청문에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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