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에 이어 전주지법도 올해 7월1일 이전부터 교섭 중인 노조는 교섭대표노조로 봐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부칙 제4조에서 ‘이 법 시행일’은 2010년 1월1일이라는 고용노동부의 주장이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이미 노조의 80%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았다”며 종전의 유권해석을 고수하겠다는 방침이다.

17일 노동계에 따르면 전주지법 제1민사부(재판장 정재규)는 지난 12일 전북택시일반노조가 택시회사인 대림교통을 상대로 제기한 단체교섭응낙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회사는 전북택시일반노조의 단체교섭에 성실이 응해야 한다”며 이를 위반할 경우 1회당 30만원을 노조에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대림교통은 90여명의 택시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여명은 전북택시일반노조에 가입해 지난해 6월부터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회사는 응하지 않았다. 노조는 올해 6월30일 파업에 돌입했고, 복수노조가 허용된 7월1일 조합원 64명이 가입한 제2노조(대림교통노조)가 설립됐다. 회사가 이들 노조에 교섭창구 단일화를 요구하며 교섭에 불응하자 노조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노조법 부칙 제4조는 ‘이 법 시행일 당시 단체교섭 중인 노조는 이 법에 따른 교섭대표노조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법 시행일을 2010년 1월1일로 보게 되면 올해 7월1일 당시 교섭 중인 노조들은 경과 조치 없이 교섭권을 박탈당하게 돼 사용자가 이를 악용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도 금속노조가 제기한 KEC 단체교섭응낙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부칙 제4조의 법 시행일은 올해 7월1일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문제는 법원의 잇단 결정에도 불구하고 노동부가 법 시행일에 대한 해석을 변경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현재 복수노조 사업장 중 80%가 넘는 곳에서 창구단일화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법 시행일에 대한 유권해석의 변경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가 잘못된 유권해석을 고수하면서 현장에서 교섭대표노조 지위 둘러싼 다툼도 가열되고 있다. KEC의 경우 법원이 금속노조를 교섭대표노조라고 밝힌 이후 경북지방노동위원회가 노동부 해석을 근거로 신설노조인 KEC노조를 교섭대표노조로 규정하면서 논란만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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