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임금체계 조정 대책’이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민간기업과의 임금격차 해소 등을 위해 2009년 2월 이후 실시한 신입직원 초임삭감에 대한 대책이다. 기존직원과 신입직원의 임금차이를 해소하겠다는 것인데, 삭감된 임금을 원상회복하는 것이 아니었다. 신입직원 임금은 단계적으로 올리고 기존직원의 임금상승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노동계는 “사실상 신입직원 초임삭감을 영구화하는 것이고, 공공기관 전체 임금을 하락시키는 방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시중은행 등 신입직원 임금삭감을 실시한 민간기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금융위기를 이유로 삭감된 신입직원 초임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신입직원들이 은행을 떠나고 있다”
박병권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

최근 KB국민은행에서는 미국에서 MBA 과정을 밟은 신입직원들이 연수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 중 10%가 연수가 끝나기도 전에 그만뒀다. 아마 연수가 끝나고 현장에 배치된 뒤 첫 월급을 받으면 20% 이상 떠날 것이다.
이는 신입직원들의 임금이 적어서 발생하는 문제다. 2009년부터 실시한 초임삭감 때문에 신입직원들은 적게 받는 달에는 150만원을 받을 때도 있다. 수억원을 들여 MBA 공부를 한 신입직원들이 그 돈을 받고 다니겠나.
신입직원들의 초임이 삭감된 뒤 은행에 원상회복을 계속 요구했다. 이후 노사가 합의해 올해 1월부터 신입직원 초임을 원상회복하기로 했다. 그런데도 은행측이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은행측은 “원상회복을 시키고 싶은데 우리 은행만 나서기 부담스럽다”고 호소한다. 정부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노동부가 지난 1일 대책을 발표하자 사측은 또 정부 눈치를 보고 있다. 정부 대책은 문제가 많다. 2년 전에는 아랫돌을 빼 놓더니, 이제는 윗돌을 빼서 아래에 괴려고 한다. 그런데 이 문제 많은 대책이 시중은행에까지 적용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민간기업 노사관계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말이 되나. 정부 대책을 철회해야 한다. 아니면 최소한 시중은행의 자율적인 노사관계는 존중해 줘야 한다.

"당장 기존임금 체계로 통합해야"
이상무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정부가 노동자 간 차별을 조장하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 2008년 이전 입사자와 2009년 이후 입사자 사이에 차별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당장 임금체계를 기존 임금 체계로 하나로 통합해서 적용해야 한다.
당초 정부는 신입직원 초임을 삭감해서 일자리를 만들고 청년실업을 해소해 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일자리는 전혀 늘지 않았다. 길게는 6개월, 짧게는 3~4개월 일하는 청년인턴들은 100만원밖에 벌지 못했다. 청년인턴들은 더 많은 능력을 가졌음에도 정규직이 아니어서 할 수 있는 업무가 한정돼 있다.
실패한 청년인턴 제도를 폐기하고 그 예산으로 제대로 된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청년인턴 10명을 쓸 비용으로 제대로 된 정규직 1~2명을 고용해 청년실업을 해소하는 게 낫다. 청년인턴 예산만 활용해도 신입직원들의 삭감된 초임을 원상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사기업 내에 존재하는 차별을 시정하도록 계도해야 하는 정부가 차별을 조장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신입직원뿐만 아니라 기존직원들도 상당히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관련 집회에 대한 관심도 높다.

“노사자율·사회적대화로 해법 마련해야”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기업 간 임금차이를 좁히기 위해 실시된 정부 정책이 애꿎은 신입직원들 임금만 삭감시킨 결과를 낳았다. 공공기관이나 일부 대기업의 임금이 지나치게 높아 다른 기업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생긴다면 사회적 대화를 통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2009년부터 실시한 신입직원 임금삭감과 최근 정부가 발표한 대책의 경우 대안은 없이 자율적인 노사관계에 지나치게 개입하면서 부작용만 낳았다. 신입직원들의 중도퇴사, 직장 내에서의 임금차별 등은 노사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은 후과다.
더구나 기획재정부는 신입직원들을 대상으로 개별연봉제를 실시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연봉에 차이를 두는 기준도 애매한 상황에서 지금보다 더 큰 갈등이 일어날 것이다.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대책이 시중은행 등 민간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도 문제다. 민간기업의 경우 특히 노사가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노동계는 기업 간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회적 대화와 연대임금정책 등을 통해 미시적인 대안과 거시적인 대안을 모두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기업이나 대기업의 임금에 대한 공격이 계속될 것이다.

“공공부문 노사, 성숙한 자세 보여야 할 때”
이철우 고용노동부 공공기관노사관계과장

2009년 금융위기를 맞아 정부는 일자리를 나누고 민간부문과의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대졸초임 2천만원 이상인 공공기관 신입직원의 초임수준을 낮게 조정한 바 있다. 이를 통해 금융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민간부문과의 임금격차를 줄이는 성과를 거뒀지만 임금의 내부 공정성 문제가 대두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일 ‘공공기관 임금체계의 공정성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민간과의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정책방향은 유지하되 기존직원의 임금인상은 낮게, 2009년 신입직원의 임금인상은 높게 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일부 노동계는 "하향평준화"라며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공공부문이 과도한 임금인상을 통해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공부문은 다른 부문에 비해 높은 임금과 복리후생 등으로 인해 ‘신이 부러워하는 직장’으로 통한다.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공공부문의 노사는 자신들의 이익에 우선하기보다는 노동시장에서 열악한 근로조건에 시달리고 있는 취약노동자와 청년층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야 할 때다.

“정부 단계적 해소방안 타당하다”
김동욱 한국경총 경제조사본부장

신입직원 초임삭감은 기존직원과 신입직원 간 차별 문제가 부각되는 만큼 해소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그러나 삭감된 초임을 일시에, 급격히 인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그런 면에서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단계적 해소방안은 타당성이 있다.
공기업이나 은행권은 일반 제조업에 비해 임금수준이 높고, '신의 직장'이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국민적 인식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공기업·은행권 직원들도 나름대로 힘들 게 일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밤을 새워 가며 물건을 만들고 있는 제조업 직원들에 비해 과도하게 임금이 높은 것은 사회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신입직원 초임삭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존직원들의 임금도 조금씩 낮춰야 한다. 공기업·은행권과 일반 제조업 임금 수준 사이의 격차를 다소나마 줄이고 형평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노동계에서는 정부가 민간 노사관계에 개입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지만, 정부는 아이디어를 내고 공공부문은 그것을 선도할 뿐이다. 민간이 따라할지 여부는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정부가 강제하는 것은 없기에 타당한 지적은 아니다. 이번 기회에 사회적 형평성을 찾는 차원에서 공기업·은행권 임금 수준을 조금씩 내리고 국민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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