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2007년 7월1일부터 시행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제4조에서는 2년을 초과한 기간의 근로계약을 체결하거나 계약을 반복적으로 체결해 계속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면 그 기간제근로자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보도록 하고 있다.

법 시행 이전 판례는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이라고 하더라도 장기간에 걸쳐서 그 기간의 갱신이 반복돼 그 정한 기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게 된 경우에는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의 경우와 다를 바 없다고 판시하고 있는데, 계약의 갱신횟수와 관계없이 총 계속근로기간이 2년을 넘으면 무기근로계약으로 간주하는 기간제법의 시행으로 이와 같은 판례의 법리가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닌가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기간제법이 시행된 2007년 7월1일 이후 근로계약이 갱신 또는 연장 돼 2년을 초과해 무기근로계약으로 간주되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본 사례에서와 같이 법 시행 이전에 단기근로계약이 수차례 반복 갱신돼 무기근로계약으로 간주될 수 있는 경우 등에 있어서 여전히 그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본 판례는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장기간에 걸쳐 계약기간 만료시마다 수차례 근로계약을 갱신한 근로자들에 대한 고용기간 만료를 이유로 한 퇴직 인사발령 처분에 대해 해고로 보아 그 무효 확인을 구한 사례다.

사안의 개요 및 경과

원고들(근로자 A와 B)은 각각 98년 8월1일과 2000년 1년1일에 피고(##연구원)와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위촉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계약기간 만료시마다 각 11회와 9회에 걸쳐 근로계약을 갱신했다.

2009년 11월에 근로자 A는 국외 출장 중 무단으로 체류지를 이탈해 여행을 하고 납품업자로부터 여행경비를 지원 받은 것과 납품업자로부터 상품권을 교부받은 것을 이유로, 근로자 B는 납품업자로부터 등록금 명목으로 362만원을 차용한 것과 상품권을 교부받은 것을 이유로 각각 2개월과 6개월의 정직처분을 받았다.

한편 원고들은 뇌물수수죄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여행경비와 상품권을 받았음을 인정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검찰로부터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그리고 정직처분이 있었던 해에 피고는 원고들에 대해 고용기간의 만료를 이유로 위촉직 퇴직 인사발령, 즉 퇴직처분을 했다.

법원의 판단-단기의 근로계약기간은 단지 형식에 불과

법원은 두 가지를 고려할 때 원고들과 피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정한 1년이라는 근로계약 기간은 단지 형식에 불과하고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맺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해 피고가 원고들을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퇴직하도록 한 조치는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봤다.

원고들과 피고가 근로계약기간을 연장하는 형식적인 방법으로 근로계약을 장기간에 걸쳐 11회 또는 9회 반복해 갱신함에 따라 원고들은 업무의 특성상 자신들의 근로계약이 계속 갱신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점이 첫번째다.

피고는 위촉직 연구원에 대해 매년 계약기간을 연장하는 방법으로 근로계약 갱신했으며 실제로 자의에 의하지 않고 근로계약 갱신이 거부된 경우는 2001년 4명, 2002년 3명, 2004년 1명에 불과 했으며 2005년 이후 자의에 의하지 않고 근로계약 갱신이 거절된 사례는 없었다. 또한 원고들도 매년 별다른 문제없이 피고와 근로계약을 갱신했다. 즉 피고의 위촉직 연구원에 대한 근로계약 체결방식과 갱신 관행이 두 번째다.

대법원 입장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근로계약에서 근로기간을 정한 경우 당사자 사이의 근로관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기간이 만료함에 따라 당연히 종료된다고 본다. 다만 단기의 근로계약이 장기간에 걸쳐서 반복해 갱신되는 등 그 정한 기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게 된 경우에는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경우와 다르지 않고, 그 경우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갱신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것은 해고와 마찬가지로 무효라고 보고 있다.

이때 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한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계약서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기간을 정한 목적과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동종의 근로계약 체결방식에 관한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유사 사례로서 교열업무를 수행하는 기간제근로자들의 근로계약 갱신 거절 사건에서 판례는 임금조건 등의 근로조건에 대해 별다른 논의 없이 3회에 걸쳐 근로계약 갱신을 해 왔으며, 당해 근로자들은 업무의 특성상 전문성이 인정돼 자신들의 근로계약이 계속 갱신될 것으로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회사와 근로자들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에서 정한 기간은 단지 형식에 불과해 근로자들은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다(대법2005두16901, 2007.09.07)고 보고 있다.

이와 같이 본 사례에서 법원은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및 그에 따른 계약갱신에 대한 기대의 형성 등을 고려했을 때 근로계약에서 정한 기간은 형식에 불과하다는 대법원의 입장을 재확인해 주고 있는 것이다.

맺음

2007년 7월1일부터 시행된 기간제법 제4조에서는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의 제한을 규정하면서 2년을 초과해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할 때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보도록 하고 있어 본 사례에서와 같이 단기의 근로계약이 장기간에 걸쳐서 반복해 갱신돼 근로계약이 계속 갱신될 것으로 기대되는 등의 경우에 그 정한 기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볼 사례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간제법이 시행되기 전에 반복적으로 갱신된 근로계약이나 2년 이내의 범위에서 계약이 갱신돼 근로계약이 계속 갱신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경우 등에 대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기간제법 제4조제1항 단서에서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로 규정하고 있는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등에 대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 판례에 대한 검토가 그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