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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노조 시대, 민주노조 지킬 장기전략 필요

박경수 공인노무사

지난해 모 발전회사가 발전노조 조합원들을 토마토·사과·배로 구분해 관리한 사실이 신문과 방송을 통해 알려져 떠들썩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조합원 탈퇴서가 발전노조에 묶음으로 배송됐고, 그 회사에는 친회사 성향의 기업별노조가 설립됐다. 전국 사업장인 그 회사에서 사업소 간 대규모 전보인사가 진행되던 즈음이었다.

조합원들에 따르면 이 회사는 3년 전에 발전노조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개입하고, 쟁의행위 당시 조합원 빼돌리기 등의 직접적인 방해를 했고, 2년 전에도 발전노조 집행부 선거에 개입했다.

그 후 발전노조의 핵심활동가, 즉 ‘빨간 토마토’들에 대한 대대적인 전보발령을 단행했다. 기업별노조의 설립과 발전노조의 조직률 감소는 회사측의 오래된 기획과 개입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발전노조는 발전 5개사에 소속된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조직·운영되고 있는 산업별노조다.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발전 5개사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발전노조 조합원들의 집단탈퇴와 탈퇴서의 묶음 배송, 기업별노조 설립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 탈퇴서를 쓰지 않은 조합원들은 탈퇴서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로부터 “발전노조에 남아 있으면 인사고과·승진·전보에서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다고 한다. 그리고 발전노조 활동가들은 조합원들로부터 “정말 미안하다”, “나도 어쩔 수 없다”는 사과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매일같이 받는다고 한다.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라 할 만하다.

복수노조 시대, 특정 노조 조합원에 대한 불이익취급은 부당노동행위로 엄격하게 금지된다. 특정노조 조합원에게만 승진·전보·인사고과 등에서 이익을 주거나 불이익을 줄 수 없다. 사용자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하고, 노조 간 차별을 통한 지배·개입 또는 불이익취급으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답답한 심정은 인지상정이지만, 사과하고 낙담하면서 속아 넘어갈 일은 아니다. 특정인의 뚜렷한 무능력·비위행위 등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정이 없는 한 사용자가 각 노조의 조합원 간에 집단적인 고과·승진·전보·징계 등의 차별을 행했다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위법이고, 이는 무효가 된다는 점을 조합원들은 알 필요가 있다. 채증을 생활화하고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낱낱이 기록하고 보관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사용자의 지배·개입과 불이익고지 등 부당노동행위는 날로 세련돼지고 강화돼 간다. 매번 당하면서도 별다른 대처를 못하는 것이 노조의 현실이기도 하다. 사용자가 노조를 만들든지, 만든 노조와 이미 존재했던 노조를 차별하든지, 특정노조 조합원들에게 위협을 가하든지 간에 당하는 노조는 장기적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항상 강조해도 늘 부족한 것이 바로 채증이다. 사용자의 언행을 사진으로 찍고, 녹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부장이 인사불이익이 있을지도 모르니 탈퇴에 대해 잘 생각하라고 했다”고 전하는 조합원의 말도 녹음하고 기록해야 한다. 녹음을 못했다면 매일 보고서를 작성해서 노조의 공식문서로 남기는 것도 중요하다.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이메일 등은 공식적이고 객관적인 기록으로서 매우 유효한 가치가 있다.

조합원 개개인의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자체를 나무라기는 힘들다. 다만 노조는 조합원들이 사용자의 거짓 위협에 넘어가지 않도록 선전·조직하고,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살뜰하게 채증하고 법적으로 단죄하는 등 재발방지와 조직보존 노력을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지속해야 할 것이다.

박경수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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