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눈 깜짝할’ 순간이었다. 지난 6월25일 토요일 밤, 생애 최초로 ‘산재’를 당했다. 그날은 전라도 광양에서 플랜트건설노조 안전보건활동가 양성교육 3회차가 진행되던 날이었다. 교육은 평가를 남겨 두고 오후 8시가 넘어 마무리됐다. 늦은 저녁식사에서 교육 마지막 순서였던 당일 교육평가와 향후 활동방향 등의 얘기가 곁들여졌다.

서울행 막차가 광양터미널에서 오후 10시30분에 있어 필자와 강사들은 자리를 먼저 떠야 했다. 사고는 필자를 광양터미널까지 데려다 줄 차로 이동하면서 일어났다. 주차된 차량 바로 뒤에 있었던 맨홀 안으로 필자가 떨어진 것이다.
 
주차장은 조명이 없어 어두웠다. 열린 맨홀 주변에는 맨홀 덮개가 열려 있다는 경고문이나 접근을 금지하는 보호막이 없던 상태였다. 부피가 조금 있는 가방 두 개를 왼쪽에 메고 있었던 필자는 천만다행으로 맨홀 안으로 완전히 빠지지 않고 걸칠 수 있었다.
 
다만, 오른쪽 발목에 문제가 있었다. 고통이 심하지는 않아 뼈에 금이 간 정도로 생각하고 함께 간 동료의 부축을 받으며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응급실로 달렸다. 다친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오른쪽 다리 비골 골절이었다. 엑스레이 사진을 보니 발목 바로 위 비골에 부러진 선이 선명하게 두 군데나 있었다. 이튿날 정형외과 진료에서 최소 6주 깁스와 2주 정도의 재활 진단이 나왔다.

필자는 다행히 큰 어려움 없이 출장 중 재해로 산재를 인정받았다. 산재승인이 된 뒤 마음에 여유가 생기자 재해원인과 당시의 대처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우선, 이번 재해가 ‘예방 가능하지 않은’ 사고였나를 확인해 봤다.

먼저 식당에 전화를 걸어 왜 맨홀 덮개가 열린 채로 방치됐는지 알아봤다. 그 맨홀은 과거 재래식 화장실의 정화조 덮개였고, 재래식 화장실을 없애면서 오폐수를 모아서 버리는 공간이었다고 한다. 이번 사고 전에도 뚜껑이 열린 적이 있어 용접을 해 놓았지만 맨홀 덮개 위로 차가 지나다니면서 용접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주차장의 그 맨홀은 사고만 나지 않았을 뿐 위험이 늘 있었던 것이다.
 
사용하지 않는 곳이고 덮개가 종종 열렸다면 공간을 아예 메우든가 맨홀 덮개가 차량이동으로 들리거나 열리지 않도록 확실하게 처리해야 했다. 만약을 위해 차량이나 사람이 접근을 못하도록 최소한의 보호막을 설치했다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식당 쪽에 그 맨홀이 또 다시 열리지 않도록 반드시 조치를 취하고 그 전까지는 경고 문이나 보호막을 둬야 또 다른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고 당일 필자의 대처는 매우 어설펐다. 당황하기도 했고 별거 아니라는 생각에 사고와 관련한 그 어떤 정보도 확보하지 않은 채 ‘사고현장’을 떠났던 것이다. 카메라는 없었지만 스마트폰으로 사고현장을 찍고 식당 주인에게 사고사실을 명확하게 알렸어야 했다.
 
안전보건 쪽에서 일하는 사람조차 이랬다면 일하다 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는 정보를 접하지 못하는 노동자에게 그 재해는 그저 ‘재수 없어’ 닥친 일로 치부될 가능성이 높다. 필자 역시 안전보건을 잘 모르는 노동자였다면 그날 그저 재수가 없어 당한 사고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모든 산재를 100% 사전에 예방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사업주가 미리 살피고 안전보건 수칙을 제대로 적용하면 상당수의 재해는 예방가능하다. 공장을 만들거나 일을 시작할 처음부터 안전보건을 미리 염두에 둔다면 더더욱 그렇다. 이제는 말할 수 있겠다.
 
“내가 산재 당해 봐서 아는데, 사업주가 미리 살폈다면 예방 가능한 것이었어!”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