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복수노조가 허용된 뒤 갖가지 문제점이 노출된 가운데 이번에는 노조사무실을 둘러싼 마찰까지 일어나고 있다.

4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파카한일유압이 최근 형평성을 이유로 2개 노조에 사무실 공동사용을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회사는 지난달 말 기존노조인 금속노조 파카한일유압지회(지회장 송태섭)에 공문을 보내 "신설노조인 파카한일유압노조가 노조사무실 제공을 요구해 형평성 차원에서 공용으로 사용토록 허용했으니 협조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지회가 이에 응하지 않자 회사측은 휴가기간이던 지난 3일 밤 지회 간부들이 부재 중인 틈을 타 노조사무실 개조공사를 벌였다. 기존의 문을 뜯어내고 잠금장치를 할 수 없는 문짝으로 교체하는가 하면, 노조의 집기를 치워 버리고 그 자리에 파티션을 설치해 공간을 2개로 분할해 놓았다.

복수노조 허용 첫날인 지난달 1일 설립된 파카한일유압노조의 조합원수는 56명이다. 기존노조인 금속노조 파카한일유압분회의 조합원수는 62명인데, 회사측은 이 중 32명이 해고자라는 이유로 지회의 과반수노조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회는 지난달 말 해고자의 조합원지위 확인을 위한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기한 상태다.

송태섭 지회장은 “회사측이 주장하는 노조사무실 공용제는 노노갈등을 유발하고 금속노조 소속 지회를 무력화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비판했다. 송 지회장은 “겉으로는 형평성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용자 지원에 의해 설립된 노조와 사무실을 공동으로 쓰라는 것은 상시적인 감시체계를 만들고 노조원의 사무실 출입을 어렵게 해 단결력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회는 "올해 2월11일 단체협약이 실효된 상태지만 대법원 판례(2000다3347)에 따라 사용대차 중인 노조사무실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명도를 구할 수 없다"며 이날 주거침입·기물손괴 등의 혐의로 회사측을 경찰에 신고했다. 한편 이정욱 파카한일유압노조 위원장은 “회사의 노조사무실 공용 제안에 동의한다”며 “4명의 전임자가 있지만 회사 사정을 감안해 모두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회의 외에는 노조사무실에 있을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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