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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에 대해 책임지는 사회를 바란다최은실 공인노무사(노무법인 노동과 삶)

최은실 공인노무사

지난해 여름, 한창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세 분의 선생님이 사무실을 찾아왔다. 모지역에 위치한 애니메이션 전문고의 산학겸임교사인 세 분은 약간 특수한 지위에 놓여 있었다. 산학겸임교사란 일정조건을 갖춘 현장전문가를 학교가 강사 형태로 고용한 인력을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단기간 동안 자신들의 기술을 전수하고 다시 현업으로 돌아가는 형태로 근로를 제공한다.

그러나 세 분의 선생님은 스스로를 ‘산학전임교사’라고 칭했다. 일반적인 산학겸임교사와 달리 독자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일반 교사와 동일하게 다년간 전일제 수업을 진행하며, 진로지도·상담·실습을 총괄해 교육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은 다년간 학교와 매년 근로계약을 갱신하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계속근로가 예정돼 있었다. 학교측도 학사일정 및 교육방식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기존의 산학겸임교사들의 계속근로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기간제법 시행으로 2년 이상 기간제노동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켜야 하자 학교측은 선생님들에게 계약갱신일로부터 2년이 되는 올해 2월28일을 해고일로 통보했다. 다년간 학생들을 교육하면서 교육자로서의 보람과 자부심으로 최선을 다하던 선생님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해고예고였다. 선생님들은 자신들을 위해서도, 학생들을 위해서도 이렇게 해고를 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우리 사무실을 찾았다.

해고예고의 부당성이 명백했으나 해고를 직접 당하기 전까지는 노무사가 손쓸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한 학교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진보신당 경기도당·민주노총 경기지부와 전교조 경기지부의 도움을 얻으면 해고를 사전에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해고가 되고 나면 해고구제를 위해 들여야 하는 비용이나 정신적인 고통이 너무 크고, 구제 과정에서 학교와 마찰이 빚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전에 해고를 막는다면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때마침 ‘비정규직 없는 학교 만들기’가 준비되고 있었고, 선생님들은 직접적인 대상은 아니었으나 충분히 관련이 있었기 때문에 각 단위들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선생님들은 학교에 고용돼 학교에서 임금을 받고, 학교에서 일했다. 그러나 공립학교인 고등학교는 법령의 범위 내에서 선생님 규모를 제한받고, 임금을 도교육청의 예산 내에서 집행해야 한다. 때문에 학교측은 산학겸임교사의 재임용 문제는 학교의 의지와 상관없이 교육청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교육청은 산학겸임교사의 임용권이 학교측에 있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선생님들은 매일 학교로 출근하면서 자신의 노동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선생님들의 노동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었다. 보이지 않는 벽과 싸우는 기분이었다. 한여름에 시작된 싸움에서 찬바람이 불도록 책임자를 찾을 수 없었다. 없는 책임자를 찾자고, 누군가 책임을 지라고 싸우다 보니 점점 지쳐 갔다. 그러나 지쳤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싸움이 바로 해고싸움이다.

명확한 상대도 없이 싸우기를 6개월. 교육청을 여러 번 찾았고, 장학사와 학교장과의 면담도 수차례 이뤄졌다. 하지만 그때마다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권한이 없다고 책임을 미뤘다. 심지어는 법원에서 부당해고라는 답을 얻어 오면 계속 고용해 주겠다는 어이없는 답변까지 들어야 했다.
결국 교육감을 만나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교육과 교사에 대한 책임은 교육감이 져야 하기 때문이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교육감에게 산학겸임교사들에 관한 문제점을 설명할 수 있었다. 다행히 교육감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지만 그 이후에도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는 않았다.

선생님들은 새로운 학교장과 재임용계약을 했고, 무기계약직 산학겸임교사가 됐다. 순간의 기쁨과 평안이 찾아왔으나, 선생님들의 투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선생님들은 여전히 교육청과 학교를 상대로 삭감된 임금과 차별, 불안정한 지위를 바꾸려고 투쟁하고 있다. 그리고 교육청과 학교는 여전히 산학겸임교사인 세 선생님에 대한 책임을 서로 미루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책임지는 사람을 찾는 것이 너무나 어려워졌다. 누군가는 노동의 이익을 가져가지만, 노동의 책임은 노동자의 것으로 온전히 남는다. 노동현장에서 벌어지는 사고의 책임도, 고용안정의 책임도, 안전과 보호의 책임도 누구하나 지려고 하지 않는다. 사용자와 노동자의 일직선적인 관계가 복잡해지면서 사용자는 노동의 책임에서 벗어나기가 쉬워졌고, 노동자는 제공하는 노동에 대한 책임자를 찾을 수가 없게 됐다. 정당한 노동을 사회가 정당하게 책임지고, 노동자가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노동하는 사회가 찾아오기를 기대해 본다.

최은실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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