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과 노동정책이 갈수록 그 본연의 목적을 잃어 가는 듯하다. 약자를 위해야 한다는 노동법(노동행정)의 아주 단순한 목적 말이다. 노동자와 소수집단이 약자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지금 그토록 단순했던 논리가 복잡해지고 있다. 약자는 이미 충분히 보호받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노동행정은 이 같은 모순을 가속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60~70년대나 들어 봤을 법한 “원활한 경영을 위해 노동운동은 자제해야 한다”거나 보수언론도 아니면서 양대 노총을 기득권인 양 폄하하며 공공연히 “또 다른 노총을 지원하겠다”고도 한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제도(법)가 어떻게든 바뀌더라도 집행방식은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다.

이 같은 노-사, 노-노에 대한 노동행정의 기이한 인식은 특히 소수집단에 더 가혹하다. 아마 얼마 가지 않아 소수노조를 찾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학생들은 “노동법도 1등만을 보호한다”고 배울지도 모른다.

교섭창구 단일화 시행 한 달여간의 경험은 뼈아픈 교재다. 창구단일화가 헌법에서 보장한 노동3권을 침해한다는 주장까지 갈 필요도 없다. 노동행정은 창구단일화가 줄 수도 있었을 순기능(?)을 찾기보다는 소수노조 활동을 제한하는 데 급급했다.

예를 들어 제도(법)는 분명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로 창구단일화를 하도록 정했다. 완전하게 동일한 사업을 수행하더라도 생산하는 물리적 장소(사업장)를 달리한다면 사업장 단위로 단일화할 수 있다. 대규모 제조업이나 인수합병으로 사업장마다 별도로 수개의 노조가 있는 경우에 위 규정에 근거해 교섭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법을 집행하는 행정기관은 사업장 단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법체계상 근본도 없는 매뉴얼에서 사업장을 사업의 하위개념이라 정의하고 나서기까지 한 것이다.

위법한 집행의 감시자가 돼야 할 노동위원회는 어떤가. 노동위는 노동부장관의 통할을 받지만 법상 엄연히 직무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다. 그러나 노동위는 그 책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 소수노조가 요구한 교섭단위 분리신청은 아예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은 소수노조 보호를 위해 창구단일화의 예외로 교섭단위 분리를 두고 있다. 고용형태나 임금구조를 달리하는 노조는 노동위에 신청해 별도의 교섭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노동위는 이러한 법 취지에 맞게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그러나 도로교통공단 운전면허본부노조 교섭단위 분리신청 사건에서 보듯 노동위는 취지를 몰이해하거나 의도적으로 소수노조 교섭권을 부정하고 있다.

노동위에 대한 우려는 이미 7월1일을 전후한 조정신청 사건에서 예견됐다. “이 법 시행일 당시 교섭 중인 노조는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인정한다“는 노조법 부칙 제4조의 적용을 부정해 오고 있는 것이다. 창구단일화 제도 시행일을 2010년 1월1일로 해석한 노동부의 해석을 노동위는 아무런 이의도 없이 받아들인 듯하다.

노동위가 노동부와 의견을 같이했다고 나무라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엄연한 독립적 해석기관임에도 노동위가 지금껏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는 데 있다. 노사관계 관련 규정의 해석과 이에 대한 최소한의 유권해석은 노동위 관할이 아니던가. 그동안 각 노동청의 의문을 풀어주는 데 주저하지 않더니 언제부터인가 그 지위가 역전되고, 이제는 본연의 권한마저 저버린 것 같다.

이 같은 노동위의 태도로 적지 않은 소수노조가 갈 길을 잃고 있다. 창구단일화 제도 시행 이후 10곳 중 3곳 정도가 사용자의 지원으로 설립됐다고 한다. 그중 상당수는 2011년 7월1일 이전부터 교섭을 진행하던 기존 소수노조 활동을 방해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2010년 1월1일 이전부터 교섭 중이어야 대표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데 그 요건을 갖춘 정상적인 노사관계가 있겠는가.

이 같은 상황은 노동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노동위 스스로 위상을 깎아 내리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노동위는 노동부와 같은 편”, 나아가 “사용자 편”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지고 있다. 대다수 노동자들이 “더 이상 노동위에 기대할 것이 없다”며 노동위가 아닌 법원에 해석을 요청하고 있다. 노동위가 노동현장을 더 많이 이해하고 있고, 그 실력을 기초로 설립됐음에도 노동자로부터 외면당하는 현실이다.

장마는 끝났다는데 쉼 없이 내리는 폭우는 무엇인지, 또 계절은 어찌되는 것인지,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다. 노동집행도 그렇다. 누군가 질서를 잡아 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노동위의 분발을 촉구한다. 날씨는 이래도 벌써 입추(8월8일)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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