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사건개요

진정인 33인은 한국산업인력공단에 99년부터 2005년까지 계약직으로 입사해 평균 4~5년을 근무하면서 직업상담사·외국인력관리·직업능력개발플래너· 해외취업상담원 업무 등을 수행했고, 2007년 10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정규직 6급으로 전환됐다.

진정인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했던 경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근속수당 및 임금, 그리고 호봉을 기준으로 하는 승진 등에 불이익을 받아 오던 중 지난해 7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진정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별도로 진정인들은 공단을 상대로 올해 2월23일 서울서부지법에 호봉에 계약직 근무경력과 군경력이 반영되지 않은 점에 대한 ‘임금지급청구 등의 소’를 제기한 상태다.

Ⅱ. 결정요지

이 사건은 진정인들이 비정규직 출신인 것을 이유로 피진정인이 불합리한 차별을 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므로, 이하에서는 위와 같은 임금과 승진의 제한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가. 공단에 정규직으로 입사한 근로자들과 달리, 진정인들이 기본급여에 계약직 근무경력과 군경력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진정요지에 대해

진정접수 후 진정의 원인이 된 사실에 대해 법원의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 부분 진정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2조제1항제5호, 동조 3항에 따라 각하대상이 된다.

나. 장기근속 수당 지급시 정규직 전환 전 계약직 근무경력이 근속기간에서 포함되지 않아 장기근속수당을 지급받지 못했다는 진정요지에 대해

공단 보수규정 및 장기근속 수당의 성격, 진정인들이 정규직 전환 전후로 계속 근로한 점 등을 볼 때 장기근속수당 지급시 계약직 근무기간을 제외하는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볼 것이다.

다. 승진 심사시 정규직 전환 전 계약직 근무경력을 근무기간에서 제외했다는 진정요지에 대해

승진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의 고유권한으로 상당한 재량이 인정된다 할 것이나 일정기간 이상 근로를 제공해 조직성과에 기여가 인정되고 직무수행능력 등이 검증된 직원에 대해 업무 권한과 책임, 금전적 보상을 증대시켜 근로의욕을 고취하고 연속적으로 조직을 관리하기 위함이라는 목적이나 취지에 비춰 입직경로의 차이를 이유로 승진시 근무기간에서 진정인들의 계약직 근무기간을 모두 제외하는 것은 지나친 면이 있다. 따라서 향후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경력을 일부라도 인정하는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Ⅲ. 평석

가. 호봉 관련 결정

2007년 공단은 진정인들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준비하면서 보수규정 부칙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따라 비정규직에서 일반직으로 전환되는 직원의 초임기본연봉은 인사규정 제42조 및 보수규정 제7조 제1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직원으로 근무시 받은 보수를 기준으로 산출한 등급의 금액으로 한다”는 예외조항(부칙 제2조)을 신설했다.
이러한 보수규정 변경의 유효성에 대해서는 사법적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므로 국가인권위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해당진정요지에 대해서는 각하결정을 했다.

나. 비정규직 근무기간도 장기근속 수당의 지급대상

장기근속수당에 대한 결정은 분명하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보수규정 제29조는 직원으로 5년 이상 근속한 직원에 대해서는 장기근속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 공단의 인사규정 제42조제2항은 수습 또는 비정규직 직원에서 정규직 직원으로 임용됐을 때에는 수습 또는 비정규직 직원으로 재직한 기간을 근속통산기간에 산입한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공단은 비정규직 근무기간을 인정해 5년 이상 근무한 자에 대해서는 장기근속수당을 국가인권위의 결정에 따라 일괄 지급해야 한다.

다. 승진심사시 비정규직 경력 불인정에 대한 시정권고

쟁점은 승진에 관한 인권위의 권고에 대한 견해의 차이에 있다. 제시된 소수의견을 보면, 승진이 구성원의 조직 기여에 따른 신분적 차원의 보상이라는 견해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며 기계적·반복적 업무보다는 정책판단을 필요로 하는 업무의 범위가 확대되는 것으로 최적임자를 선정해 그를 승진시켜야 하는 것이고,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형식적으로 업무의 내용이 같다 하더라도 공단에 대한 소속감·책임감·성취욕구·근무태도 등에 있어 상당히 달랐을 것이고, 승진을 위한 평정기준의 마련은 경영진의 재량이 인정 되는 바, 명백한 차별적 내용을 담고 있지 않는 한 국가기관이 어떤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승진에 대한 의사결정이 경영자의 재량권이라는 점에는 다수견해와 차이는 없어 보인다. 다만 다수견해는 진정인들이 비교적 오랜 기간 계약을 갱신해 실질적으로 계속근로한 점, 승진에 있어 사실상 근속경력이 큰 비중을 차지 (총점 93점 만점 중 30점)하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입직경로의 차이를 이유로 승진시 근무기간에서 진정인들의 계약직 근무기간을 모두 제외하는 것은 지나친 면이 있다.

승진은 인사권일 뿐 아니라 근로조건에도 포함되는 성질의 것이다. 따라서 경영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이유와 타당성을 갖춰야 한다. 대상결정문이 이점을 간과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인사권이 경영진의 고유권한이라는 전제를 두더라도 일반적으로 승진에는 권한과 책임 그리고 임금의 상승 등 사회적 지위의 향상이 기대되므로 공단은 조직구성원들이 수긍할 수 있는 ‘공정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승진시 근속기간을 산정하지 않은 것은 다음과 같은 결과를 낳았다.
2009년 11월 6급 정기 승진시 승진소요연수 2년을 넘은 6급 직원 177명 중 14명이 5급으로 승진했는데, 진정인들을 포함해 정규직 전환 근로자 중 승진자는 없었다. 만일 진정인들을 포함한 정규직 전환 근로자들의 임용일을 정규직 전환일이 아닌 최초 임용일로 보아 평정을 한다면, 정규직 전환자 중 진정인 2명이 최하위 승진자보다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Ⅳ. 맺음말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동일한 업무를 하더라도 소속감·책임감·성취욕구·근무태도 등에 있어 상당히 달랐을 것”이라고 보는 소수견해는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는 점에서 시사적이다.

진정인들은 비정규직 근무기간에 대한 인정을 받지 못해 임금과 승진에서 지속적으로 차별을 받아 왔고, 번번이 승진에서 제외돼 왔기에 깊은 열패감에 휩싸여 살 수밖에 없었다. 급속도로 증가한 비정규직과 임금의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사회적 편견은 사회의 큰 일부분을 소외시키고 결국 우리 사회의 균형있는 발전을 저해하는 독이 될 것이다.

대상결정은 비정규직 출신 정규직 전환자의 차별에 대한 최초의 결정이라 매우 뜻깊다. 이번 결정으로 2007년 당시 공공기관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7만여명의 비정규직 출신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돼야 함을 물론 해당사항에 대해 소급적용될 것을 기대한다.

[대상결정문]
2011년 7월27일자 10진정0471000 결정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 출신 근로자에 대한 차별'

※ 필자는 본 사건 진정인들에 대한 상담 및 자료조사·진정서 작성 등을 담당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