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사진이다. 물난리통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아빠는, 엄마는, 또 아이들은 저마다 바빴다. 밥벌이며 살림에 부모는 허리 굽었고, 책상 앞에 아이들 목이 굽었다. 흰 모래 눈부신 해변이 아니라도, 어디 무슨 8경 중 하나가 아니라도, 먹구름 잔뜩 비가 부슬 바람 좀 불어 날린대도, 손잡고 한 번은 떠날 일이다. 물안개 올라 수묵담채화가 저 앞인데, 낚싯대 드리워 우럭이라도 한 마리 건져 내면 그 저녁 밥상은 얼마나 풍요롭겠는가. 설령 빈 통이라도 고기 잡는 법을 알려 줬다면 부모는 또 얼마나 뿌듯할 텐가. 밤에는 잠을 자야 하고, 여름 한 철 우리는 쉬어야 한다. 채워야 능사는 아니라고. 사진도 가끔은 비워야 예쁘다. 널찍한 도화지 한 장 펼쳐 두고 거기 추억을 방울방울 새길 일이다. 누군가는 희망 찾아 부산 영도를 향한다니 화룡점정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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