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60원(6%) 오른 4천580원으로 결정됐다. 양대 노총을 포함한 28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최저임금연대회의는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과 공익위원이 날치기로 처리했다”며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결정 과정에서도 노사위원들이 집단사퇴할 정도로 진통이 있었다.
그래서 이참에 최저임금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쪽에서는 공익위원이 대통령과 고용노동부장관의 입김에서 벗어날 수 없어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결정을 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최저임금위를 벗어나 국회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쪽에서는 아예 정부가 최종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저임금제도의 바람직한 개편방향은 무엇일까.


“최저임금 국회서 결정해야”
이미경 민주당 의원



현재 최저임금위원회 결정구조는 문제가 많다. 노·사·공익 위원으로 구성돼 있지만 공익위원은 고용노동부장관이 임명하는 만큼 사실상 정부위원이다. 이 같은 노사정 3자 결정기구는 형식적으로는 합리적으로 보이나 말 그대로 형식적이다. 허수아비나 다름없다.
최저임금이 책임 있게 결정되려면 국회에서 결정해야 한다. 노동부가 노사 의견과 물가 인상률 등을 고려해 책임 있는 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가 심의·처리하면 된다. 현재 적용 대상자가 많은데도 국민적 최저임금에 대한 인지도는 낮다.
국회에서 결정하게 되면 좀 더 권위를 가질 수 있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도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중소·영세업체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하지만 하청업체 단가 후려치기, 원·하청 불공정거래 등 구조적 문제를 국회로 가져오면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일각에선 국회로 최저임금을 가져올 때 포퓰리즘을 우려한다. 그러나 중소영세업체 사정을 무시하고 국회가 무책임하게 올릴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다만 일정정도 최저임금이 올라가야 소비여력이 생기고 경제도 선순환할 수 있다. 하청업체는 배부른 대기업이 져야 할 부담을 다 안고 있다. 이런 구조적 문제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최저임금에 대한 연구가 너무 빈약하다. 영국은 저임금위원회를 통해 1년에 수십 건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국회로 가져와 이 같은 연구를 확장하면 훨씬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최저임금 결정공식 정하는 것도 한 방법”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



최저임금 결정방식은 지금처럼 노·사·공익 3자 위원회가 하는 방식과 국회 또는 정부가 하는 방식 등이 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어 제도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예를 들어 국회가 결정하는 방식의 경우 국회의원들이 서민 표를 의식할 경우 최저임금 수준이 높아지겠지만 기업들의 입김이 더 크게 작용하면 지금보다도 못할 수 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위 공익위원을 사실상 정부가 선임해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는데 앞으로 진보적인 정부가 들어서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매년 반복되는 소모적인 논쟁을 줄이고 턱없이 낮은 최저임금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노동자 평균임금의 절반 수준으로 법제화하는 방식은 고려해 볼 만하다. 최저임금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가지고 아예 최저임금 결정공식을 정하는 방안도 있다.


“노동자 평균임금 50% 법제화해야”
임동수 민주노총 정책실장



최저임금위원회가 노동계 위원들이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공익위원들은 아무런 근거 없이 노사 양측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다가 결국 거수기 역할을 했다. 매년 반복되는 최저임금위 파행을 막기 위해서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그 수준 자체가 너무 낮다. 최소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 50% 수준을 보장해야 한다. 인상률도 물가상승률 이하로는 떨어뜨리지 못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그래야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생계비 △유사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과 같은 지표들을 최저임금 결정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최저임금위를 지금처럼 고용노동부 산하기구로 두지 말고 대통령 직속이나 국무총리실 산하기구로 격상할 필요가 있다. 공익위원 추천권도 노사 양측에 배분해야 한다. 노동부가 공익위원을 모두 임명하다 보니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 학자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들의 참여도 보장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여성노조·청년유니온 등 단체와 야4당·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9월에 국회에 제출하고, 각 당에 입법 추진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독립된 취임위, 공정한 공익위원 필요”
허윤정 한국노총 정책부장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위원장 선정 등 시작부터 불협화음이 많더니 한국노총 노동자위원과 사용자위원 사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져 결국 날치기 처리로 막을 내렸다. 어찌 보면 이러한 최저임금위의 파행은 예고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동안에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크고 작은 마찰은 있어 왔지만, 공익위원과 위원장의 역할을 통해 그 마찰과 차이를 어느 정도 좁힐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사퇴를 표명한 일부 노동자위원들을 협상의 장으로 불러오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기 식으로 강행처리하는 독단적 행태를 취했다. 최저임금위 운영이 이렇듯 파행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위원회가 정부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 기구가 아니고, 공익위원들의 선정 또한 중립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결정에 있어 법적으로 고려하도록 보장돼 있는 기준들 외에 여타 사회·정치적 요소가 심의에 영향을 미치는 통로가 자연스레 확보되는 것이다.
노동계가 향후 최저임금제도의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한 것도 바로 위원회의 독립적 운영과 공익위원의 공정한 선정 없이는 지금과 같은 파행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평균임금 50%라는 노동계의 요구가 법으로 정당하게 뒷받침될 수 있도록 이 또한 법제화돼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 정부가 직접 결정해야”
김동욱 한국경총 경제조사본부장

현재 최저임금위원회에는 입장 차이가 뚜렷한 노·사가 직접 표결에 참여하고 있어 첨예한 대립과 파행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임금의 결정은 그 특성상 주는 자와 받는 자의 상황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최저임금은 더욱 그렇다.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는 저임근로자와 한계상황에 직면한 중소·영세기업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저임금은 객관적 지표와 전문가 의견 등을 바탕으로 적정한 수준에서 결정돼야 하며, 정치적 논리나 배려 차원의 결정은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만약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개편한다면 노사는 의견만 진술하고 정부가 직접 결정하거나 공익위원만으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최저임금을 국회에서 결정하자’는 주장은 적절치 못하다. 국회는 정치적 상황을 고려치 않을 수 없으며, 이는 최저임금이 현실과 괴리된 채 결정되는 막대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국회에서 결정하는 것이 현행 방식보다 낫다고 볼 수 있는지 상당히 의심스럽다.
결정방식과 함께 산입범위도 개선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기본급과 일부 고정수당만을 산입하고 있어 실제 받는 임금에 비해 과소 추계돼 있다. 따라서 고정상여금·현물급여·숙식비 등 사전에 지급시기 및 금액 등이 확정된 실소득은 최저임금 산정시 포함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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