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무노조 신화도 옛말이 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확인한 결과 복수노조가 허용되기 전인 지난달 중순 삼성에버랜드에 노조가 설립됐다. 노동계는 삼성이 노조 설립이 유력시되는 사업장에 사용자의 입김을 강하게 받는 이른바 회사 노조(Company Union)를 설립한 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따라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선점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삼성과 포스코로 대표되는 무노조 사업장의 노조설립 전망을 살펴봤다.


“복수노조 막으려 통제 더 심해져”
양동운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장



포스코는 노무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 복수노조가 시행되면서 새로 노조가 설립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아직 변화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포스코는 현장을 통제관리하면서 노무관리를 철저히 하고, 하청업체 계약과 관련 평가제도(KPI)에서 노사문제 비중을 20%에서 30%로 높여 적용하고 있다. 노조가 있는 사내하청 사용자들에게 퇴출압박을 주는 형태로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하청회사에서 노조가 만들어지면 포스코가 계약을 해지한다, 계약금액에서 불이익을 준다 등의 얘기가 이미 퍼져 있다.
복수노조가 시행되면 또 다른 노조가 출현할 것으로 예상하고 홍보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전혀 움직임이 없다. 포스코는 지난해 임금교섭을 하면서 지난해와 올해 2년치 교섭을 한꺼번에 했다고 공표했다. 지난해 3%, 올해 4%를 인상하기로 노경협의회와 합의했다는 것이다.
복수노조가 시행되면서 오히려 통제가 심해졌다. KPI에서 노사관계 비중을 높인 것도 (복수노조 도입 전) 교육 과정에서 관리자들이 밝힌 내용이다. 사내하청지회 조직력이 낮아 과반수 노조를 점하지 못하고 있으니, 민주노총을 공격하는 차원에서 회사 노조가 설립될 여지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개의치는 않는다.


"무노조 정책 이길 역량 있어야"
이종란 공인노무사(반올림)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삼성에 노조가 생길 가능성이 한층 커진 것은 사실이다. 기존에 있던 페이퍼노조(유령노조) 말고 또 다른 노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기대감도 커졌다. 삼성에서 노조를 만들려고 생각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언제든지 노조를 설립할 수 있다. 노조 설립 시도가 이전에 비해 늘어날 것이다.
법·제도가 보장한 형식은 그렇지만 실제 삼성에 노조가 생길지는 다른 문제다. 삼성의 무노조 정책과 노조 설립 방해는 예상보다 거세다. 삼성에서 노조를 만들려는 노동자들 역시 해고 등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여전히 갖고 있다. 복수노조가 허용됐다고 곧바로 노조 설립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노조 설립보다 중요한 것은 노조가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유지해 나가는 것이다. 설립신고는 언제든 할 수 있겠지만 삼성의 무노조 정책을 이겨 낼 힘을 가져야 한다. 현재로서는 삼성에 노조가 생길지 딱 잘라 장담하기는 어렵다. 단지 노조를 설립할 수 있는 법·제도적인 환경이 마련돼 있기 때문에 시도는 늘어날 것이다. 삼성측이 복수노조를 대비해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있는 것도 노조가 출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에 그런 것 아니겠는가. 좀 길게 본다면, 언제 어떤 모습으로든 노조는 생길 것이다.


“신규노조 생겨도 교섭권 확보 어려워”
이정호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실장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되면서 무노조 사업장에 노조가 설립될 개연성이 커졌다. 업종별로 노조설립의 돌파구가 열릴 수도 있고,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 확대도 기대된다. 하지만 복수노조 관련 내용이 포함된 노조법이 시행되기 전에도 사업장 내 복수노조 설립 가능성이 완전히 막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산별노조 개별가입을 방식과 같은 우회로가 존재했다.
법이 바뀌고 달라진 것은 교섭참여 과정과 절차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는 노조의 교섭권을 제약한다. 노조법 제29조의2 제4항에 의해 조합원수가 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조의 전체 조합원 100분의 10 미만인 노조는 공동교섭에도 참여할 수 없다. 노조의 교섭권을 제약하는 조항이 너무 많다.
무노조 기업에 노조가 생기더라도 이러한 조항에 발목을 잡힐 우려가 높다. 특히 무노조 기업은 페이퍼노조를 활용해 신규노조의 활동을 방해할 가능성이 크다. 노동계가 법 개정을 요구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교섭창구 단일화 맹점 드러나”
김철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참터)



복수노조가 허용돼 있는 상황에서는 일반적으로는 새로운 노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상황과 조건이 마련돼 있다. 무노조 기업은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이 있고, 역사가 있다. 최대한 노조 설립을 막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부단하게 사원교육을 시키기도 한다. 기존 무노조 사업장에서는 결국 외부 노조의 정책적 지원이 없으면 자발적으로 노조를 만들기는 어렵다. 노조법 개정 전에 복수노조가 판례상 허용됐던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노조법 개정의 의미는 법적으로 복수노조가 허용됐다는 것 이외에 자유로운 노조 설립이라는 명제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조직노동자를 최대한 확대하려는 노력을 보이게 될 것이다. 그 노력에 따라 사회가 달라지지 않겠는가. 당장은 아니라도 몇 년 지나면서 이런 조직화가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삼성에버랜드처럼 한 기업에 하나의 노조만 있는 경우에도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부여하고, 2년 동안 배타적 교섭을 인정하려는 해석이 있다. 새로 만들어진 노조나 제2 노조는 지금부터 2년간 노조를 설립해도 교섭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다른 해석도 존재한다. 임금협약·단체협약을 따로 보고, 협약별로 교섭대표노조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에버랜드 사례는 창구단일화 제도의 맹점을 그대로 보여 줬다.


“만족도 높아 노조설립 쉽지 않을 것”
남용우 한국경총 노사대책본부장

그동안 삼성이나 포스코 등의 기업에서 노조 설립이 불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노조를 만들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기 존재했기 때문에 노조가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임금과 근로조건 등 근로자에 대한 처우가 좋고, 근로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그래서 노조가 없어도 되는 기업문화를 형성해 온 것이다.
복수노조가 시행된다고 해서 이런 분위기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노동계를 포함한 외부에서 노조를 만들 수 있는 더 좋은 토양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하고 조직화에 나설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해당 기업의 구성원들의 동의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재로서는 노조가 생기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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