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평한 부의 분배가 위험수위에 달했다. 저임금노동자의 비중이 지난 99년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임금노동자의 경제적 지위 수준을 보여 주는 '임금패리티 지수'는 70년 이후 40년 만에 가장 낮았다.

저임금노동자 비중, 세계 최고

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자 4명 중 1명은 저임금 노동자(중간임금의 3분의 2 이하)다. 노동부가 지난해 상용직 5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결과 저임금 노동자 비중은 25.9%로, 99년 이후 가장 높았다. 저임금 노동자 비중은 2006년까지 24.4% 수준에서 들쑥날쑥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부터는 저임금 노동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저임금 노동자 비중은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높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해 115개국의 임금통계를 분석한 ‘세계임금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상용직 노동자 가운데 저임금 노동자 비중은 26%(2009년 기준)로 비교대상 14개 국가 중 가장 높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임금상승률은 2006년 3.4%를 기록했다가 2008년 마이너스1.5%, 2009년 마이너스 3.3%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 ILO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28개국 중 한국의 실질임금 하락속도는 아이슬란드를 제외하고 가장 빠르다.

저임금 노동자가 이렇게 많은 이유는 일자리의 질이 그만큼 낮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의 임금은 여전히 정규직의 절반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이 많은 청년층과 50세 이상 고령자·여성노동자들이 저임금을 받고 있었다. 청년층의 34%, 여성의 54%가 저임금노동자였다. 학력별로는 고졸이하가 64.9%를 차지했다.



60%대 붕괴한 노동소득분배율

저임금 노동자 비중은 세계 최고인 반면 노동소득분배율은 최하위 수준이었다.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노동자가 가져가는 몫을 의미하는 노동소득분배율은 지난해 59.2%로, 2009년(60.9%)와 비교해 1.7%포인트 하락했다. 2004년(58.7%) 이후 가장 낮았다. 낙폭으로는 74년 1.8%포인트 하락 이후 36년 만에 가장 컸다.

지난해 우리나라 노동소득분배율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1개국 중 26위를 기록했다. 덴마크(77.6%)나 일본(72.4%)·미국(69.4%)보다 10%포인트 낮다.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한 것은 노동자의 급여증가율이 기업의 이익증가율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업에 돌아가는 몫을 의미하는 영업잉여 증가율은 전년 대비 16.4%로 노동의 대가로 가계에 분배되는 급여인 피용자보수 증가율(6.9%)의 두 배가 넘었다. 기업들이 이익을 쌓아 놓고도 노동자에게 돌아갈 임금인상에는 소홀히 한 결과다.

임금노동자 경제적 지위, 70년 이후 최악

임금노동자의 경제적 지위도 추락했다. 임금에는 명목임금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임금 등 다양한 지수가 있다. 임금패리티 지수도 그중 하나다. 전체 임금노동자 비중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는 임금패리티 지수는 임금노동자의 경제적 지위변동을 살펴보는 데 쓰인다. 취업자 1인당 평균소득을 100으로 했을 지난해 우리나라 임금노동자의 경제적 지위수준(패리티 지수)은 83.1로, 7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임금패리티 지수는 전체 노동자수와 노동소득분배율에 의해 좌우된다. 96년(98.2) 이후 임금노동자 비중은 점점 증가한 데 반해 노동소득분배율은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임금패리티 지수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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