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기다리던 2011년 7월1일이 왔다고 해야 하나. 사업 및 사업장 단위에서 복수노조 설립이 가능해졌다. 유예된 지 14년 만이다. 대신 창구단일화의 족쇄가 채워졌다. 이 제도가 어떻게 발전할지 노동현장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결과를 예상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간 먼저 시행된 노동제도가 정착되거나 사라져간 경험에서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는 있다. 창구단일화 제도는 노사관계가 자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수명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시행 첫날 각 포털에는 “대우증권 등 3곳에서 노동조합 설립”, “삼성, 포스코에는 움직임 없어” 등의 보도가 이어 졌다. 언론은 7월1일 애써 법 시행과 예상에 대한 보도를 자제(?)했다. 무노조 거대기업에도 설립이 가능하다는 여론이 형성될까 우려하는 것처럼 보였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노조설립이 꾸준히 증가할 것은 분명하다. “자유롭게 노동조합 설립이 가능하다”는 생각은 노동현장에 급속히 확산될 것이다. 관심이 없었던 이들에게 관심을 불러올 것이고, 망설이고 주저했던 자들은 용기를 얻을 것이다.

문제의 지점은 그 다음 단계다. 바로 강제적인 창구단일화 제도다. 창구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노조를 설립하는 노동자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만약 교섭권을 갖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그 반작용은 예상하기 어렵다. 처음엔 자율교섭이나 개별교섭을 얻으려 할지도 모른다. 교섭에 적극적이면 다행이지만 사용자에게 자율교섭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법을 잘 아는 사용자에게 법이 준 기회를 포기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지 않는가.

이 같은 불길한 예상이 적중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각 주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언론과 노사 당사자의 역할과 책임은 추후에 다루기로 하자. 역시 막중한 책임자는 누가 뭐래도 고용노동부다. 이명박 정부하에서 노동부의 영향력은 노사 당사자 그 이상이었다. 하지만 성적은 그리 좋지 않다. 노사합의기구를 무력화해 사회적 대화 통로를 막는 데 앞장서거나, 비정규직 대란설을 유포하기 위해 각종 통계를 조작하기도 했다. 정체성에 혼란을 겪었는지, 지난해에는 이름마저 바꿨다.

가깝게는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시행과 집행의 아프고도 소중한 경험을 돌아보기를 바란다. 마침 7월1일에 제도 시행 1년을 맞았다. ‘전임자에 대한 급여를 금지한다’는 아주 단순한 전임자 제도 개선을 노동부는 법 취지와는 달리 편의제공을 포함한 대대적인 노조 길들이기 기회로 삼았다. 이를 위해 근거도 없는 매뉴얼을 만들고 교육하고 감시하는 데 혼신의 힘을 쏟아부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떠했는가.

답은 간단하다. 노사관계는 자율적으로 조정되는 것이지 강제할 수 없다는 교훈이다. 노동부는 "90%를 상회했다"며 제도 정착을 공언하고 있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이는 없다. 보수언론마저 동조하지 않는다. 스스로 표현하듯 ‘이면합의’에 ‘편법합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지 않았는가. 최근엔 강제적인 시정명령도 통하지 않는다. 멀지 않아 사법부의 최종 판결이 나올 것이다. “노동부의 법집행은 위법”이라고….

안타깝지만 최근 노동부의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반성은 없고 타임오프에서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오기만 남아 있어 보인다. 두 차례 걸쳐 배포된 매뉴얼엔 이해하지 못할 내용만 가득하다. 반대의견과 해석을 무시하며 일방적인 법집행을 다짐하고 있다. 적어도 이견이 있을 만한 내용은 입법자와 법제처에 그 취지와 해석을 물어보는 정도의 성의는 필요하지 않을까.

아직도 충분한 시간이 있다. 무엇보다 매뉴얼까지 펴내야 할 만큼 그리 어려운 제도라면 앞으로 그 정착을 장담할 수 없지 않을까. 법 전문가가 아닌 노동자와 노조를 위한 법이지 않는가. 타임오프 제도가 그랬던 것처럼. 여하간 노동부로서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부디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제도를 노동자의 노동3권이 철저히 보장되는 헌법이념에 충실하도록 집행해 주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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