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가 전면 허용된다. 박정희 정권이 지난 63년 노동조합법 개정으로 복수노조를 전면 금지한 이후 반세기 만이다. 지난해 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복수노조를 허용하는 대신 노조 간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도록 강제했다. 창구단일화 제도는 시행되기도 전부터 노동3권을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와 위헌 논쟁까지 불러일으켰다. 이미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이 청구돼 있는 상태다.
제도 자체가 복잡하다 보니 교섭대표노조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분쟁이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야당과 노동계는 노조법 개정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향후 노조법 개정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분명한 것은 설익었든, 논란이 있든 간에 새 제도가 1일부터 시행된다는 것이다. 오래 묵어 잡목이 우거진 길을 헤쳐 나가는 일은 노사정 모두에게 떨어진 숙제다. 복수노조 제도 시행을 눈앞에 둔 30일 노사정의 얘기를 들었다.


“창구단일화는 결국 노조와해 전략”
최삼태 한국노총 대변인

국제기준 준수와 결사의 자유 보장. 다른 정부라면 몰라도 이명박 정부가 이런 구호를 내거는 것은 참 낯간지럽다. 노조자주성을 걱정해서 전임자임금을 못 주겠다고 할 때와 똑같다. 산업현장의 혼란을 방지한다는 명분을 내세운 창구단일화는 사실은 모든 교섭 선택권과 주도권을 사용자에게 쥐어 주는 것이다. 개별교섭을 할 것인지, 창구단일화를 할 것인지 노조는 사용자 처분을 기다려야 하고 교섭대표노조가 되기 위해 노-노 간 무한경쟁을 해야 한다.
조합원 자격과 조합원수 등을 둘러싼 시비는 언제라도, 노사 누구라도 제기하여 교섭단 구성을 지연시킬 수 있다. 3개월이 아니라 3년이 가도 교섭 한번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할 것이다. 교원노조와 공무원노조에서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사용자는 아쉬울 게 없다. 피해는 고스란히 노조와 조합원들의 몫이다. 창구단일화가 노리고 있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신생노조·소수노조의 권리 제한으로 인한 위헌적 요소뿐만 아니라 기존 노조들이 감당해야 할 갈등과 피해는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노조법 개정을 위해 6월 이후에도 피터지게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복수노조 연착륙 위해 노사정 힘 모아야”
김성호 고용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장

1일부터 복수노조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시행된다. 노사관계 선진화의 제도적 틀이 마련됐고, 현장 근로자 중심의 노동운동으로 변화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일각에서는 복수노조 허용으로 산업현장에 적지 않은 혼란을 우려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복수노조가 시행된다고 해서 복수노조가 난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일반적으로 예측한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통해 교섭질서가 조기에 정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현장에서도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맞춰 교섭준비를 분주히 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부도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통한 교섭대표노조의 조속한 확정과 원만한 마무리를 위해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특히 임단협 개시 사업장에 대해서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상세히 안내하는 등 사전지도를 강화하고 지역별 ‘노사정 자문단(23곳)’을 통해 맞춤형 컨설팅과 현장노사의 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노조법 무력화 시도나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노사를 막론하고 엄중히 조치할 것이다. 복수노조 시행으로 노동운동의 자주성·민주성·투명성이 한층 높아지고, 기업경영이 투명해지고 효율성이 높아질으로 기대한다. 새로운 제도가 연착륙하기 위해 노사정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100만 민주노총 만들겠다”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

민주노총은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조항 삭제 등 노조법 재개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MB-한나라당의 반대로 악법조항을 폐지하지 못했다. 현 정부의 반노동정책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민주노총 역시 최선을 다했는가 깊게 성찰하고 있다. 노동기본권을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법·제도 개선의 절박함을 노동자를 포함한 우리 사회 전체가 공감하게 됐는지가 평가지점이 될 것이다.
어쨌든 1일부터 복수노조는 시행된다. 민주노총은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생각으로 복수노조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비정규·중소·영세사업장과 무노조 대기업에 대한 조직화를 준비했고, 앞으로 추진할 것이다. 곧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록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복수노조는 노조설립의 자유와 단결권의 보장이라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노동자의 단결권이 얼마나 보장되는지 그리고 노조 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은 어느 정도 되는지는 선진국가의 척도다. 민주노총은 90%의 미조직 노동자를 조직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복수노조 시대는 100만 민주노총을 건설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노노갈등 증가 우려, 합리적 노동운동으로 혼란 줄여야”
이형준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새로운 노조의 등장을 둘러싸고 산업현장에 혼란이 발생할 여지가 크다. 특히 노-사 갈등보다 노-노 갈등이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노동계가 보다 합리적인 노동운동을 통해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노조 간 선명성 경쟁을 지양하고, 산업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현명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노조 간 갈등이 벌어졌을 때 사용자가 개입할 수는 없지 않는가. 노조 스스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복수노조를 둘러싼 법·제도는 철저히 이행돼야 한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비롯해 노조법에 명시된 절차와 내용은 준수돼야 한다. 법·제도 이행을 둘러싸고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엄정한 법집행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신속·공정한 사건 처리로 조기정착 도모”
최관병 중앙노동위원회 교섭대표결정과장

기업단위에서 복수노조가 본격적으로 허용되는 복수노조 시대가 펼쳐졌다. 복수노조 시대를 맞아 산업현장에서 공정한 노사관계 질서를 구축하고, 합리적인 노사관계 형성을 위해 노동위원회에 더 많은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7월1일부터 노동위원회는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용자의 공고의무 위반과 같은 교섭대표노조의 결정에 관한 사건들을 처리하고,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나 고용형태 등을 고려한 교섭단위 분리 결정,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가 소수노조나 그 조합원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는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하는 등 복수노조 제도 시행에 관한 주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노동위원회는 조사관 교육과 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워크숍 등 많은 준비를 해 왔다. 대체로 10~30일이라는 짧은 업무 처리 일정을 감안해 업무 처리 매뉴얼을 마련했고, 공익위원에 대한 업무 지원도 확대해 나갈 것이다. 산업현장에서 복수노조가 조기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신속하고 공정한 결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