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유성기업 공장 정문 앞에서 용역경비와 경찰 그리고 유성기업이 보여 준 일련의 행태는 현재 유성기업 문제의 핵심을 드러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문제 해결을 위한 지름길이 무엇인지도 보여 준다. 그날 오전과 오후, 단 하루 동안 있었던 다른 듯 같은 두 개의 장면은 우리나라 노사관계와 관련해 대단히 징후적 사건이었다.

장면 1 : 사병으로서의 용역경비

22일 오전 7시께 유성기업이 고용한 CJ시큐리티 용역업체 소속 경비들이 갑자기 공장 밖으로 뛰쳐나와 조합원들을 향해 쇠파이프와 각목을 휘두르거나 돌멩이와 소화기를 던지는 등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했다. 이로 인해 20여명의 조합원들이 중경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중 한 조합원은 눈 밑을 6바늘이나 꿰매야 했고, 또 다른 조합원은 광대뼈가 함몰돼 장시간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이는 “경비원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타인에게 위력을 과시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 경비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되고, 누구든지 경비원으로 하여금 경비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경비업법 제15조의2 규정 위반이다. 유성기업은 경비를 고용한 것이 아니라 용병을 산 것과 다름없다.

장면 2 : 사유화된 공권력

같은날 오후 5시께 조합원들이 이미 집회신고가 돼 있는 장소로 이동하려고 하자 경찰은 조합원들이 유성공장 앞을 지나가게 되면 용역경비들과 충돌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집회 장소로의 이동 자체를 봉쇄하고 나섰다(집회 신고된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유성공장 앞을 지나갈 수밖에 없다). 경찰은 적법한 집회 및 시위를 보호하기 위해 용역경비들의 폭력을 예방·저지하는 조치를 취하지는 않고, 오히려 조합원들에게 불법적으로 가해진 용역경비들의 폭력행위를 빌미로 조합원들의 합법적인 집회 개최 자체를 봉쇄한 것이다.

이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3조 “누구든지 폭행, 협박, 그 밖의 방법으로 평화적인 집회 또는 시위를 방해하거나 질서를 문란하게 하여서는 아니 되고”,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는 평화적인 집회 또는 시위가 방해받을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면 관할 경찰관서에 그 사실을 알려 보호를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관할 경찰관서의 장은 정당한 사유 없이 보호 요청을 거절하여서는 안 된다”라는 규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공권력의 행사일 뿐만 아니라 사실상 사유화된 공권력의 일단을 보여 준다. 결과적으로 경찰은 용역경비들의 폭력행위를, 더 나아가 유성기업의 폭력적인 교섭 거부를 정당화시켜 준 셈이다.

장면 1 = 장면 2

지난달 18일 노조의 공식적인 파업 선언도 없이 전격적으로 단행된, 그리고 이달 14일 노조의 일괄복귀 선언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계속되고 있는 유성기업의 직장폐쇄는 쟁의행위 대항행위로써 이미 수동적·방어적 성격을 상실했기 때문에 공격적이다. 뿐만 아니라 유성기업 사측이 사실상 사병과 다름없는 용역경비와 사유화된 공권력의 물리력을 앞세워 노사 사이의 자율적 교섭을 통한 해결 요구를 폭력적으로 묵살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공격적이다.

결국 용역경비와 공권력이 유성기업의 폭력적 도구로 기능하고 있는 셈이고, 유성기업은 이러한 도구들에 기대어 공격적 직장폐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성기업 문제 해결의 첫 단추 역시 여기서부터 꿰야 한다. 폭력행위를 일삼는 용역경비업체의 허가 취소와 엄벌 그리고 노사 자율교섭을 방해하는 편향된 공권력의 퇴장이 그것이다. 공교롭게도 경비업법은 경비업의 허가·취소권자를 지방경찰청장으로 정하고 있다(경비업법 제4조 제1항 및 제19조 제1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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