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서 일하다 다발성경화증에 걸린 여성노동자 2명이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과도한 업무와 열악한 노동환경 등으로 다발성경화증에 걸렸다며 삼성전자 노동자 ㅂ아무개(28)씨와 ㄱ아무개(32)씨를 대리해 산업재해를 신청한다고 밝혔다.

다발성경화증은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과 치료제가 없는 희소질환이다. 온몸에 힘이 빠져 쓰러지거나 시력을 잃는 등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국내에는 약 4천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로나 스트레스, 유해 화학물질이 질환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신청자까지 포함해 삼성전자에서 일한 노동자 중 3명이 다발성경화증에 걸렸다.

공유정옥 반올림 산업의학 전문의는 "다발성경화증은 희소질환으로 의사가 평생 일해도 한 번 만나기 힘들 정도로 발병이 드문 질환"이라며 "한 회사에서 일했다가 다발성경화증에 걸렸다고 제보한 사람이 3명에 달하는 것은 우연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ㅂ씨가 일한 곳은 집단으로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가 발생한 삼성 기흥공장이다.

반올림에 따르면 이날 산재를 신청한 여성노동자 2명은 입사 전 건강이 양호했고, 가족 모두 특별한 병력이 없었다. 이들은 "안전교육을 받지 않은 채 보호장비 없이 일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ㄱ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석해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납땜을 했고, 환풍이 안 돼 역한 냄새를 맡은 적이 많았다”며 “화학물질이 위험하다는 교육을 받았다면 퇴사를 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한편 반올림은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 희소질환에 걸린 피해노동자 18명을 대신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했다. 공단은 계류 중인 2건을 제외하고 나머지 16건에 대해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