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복수노조 허용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국회에서 노조법 재개정 논란이 있지만 6월 임시국회 통과가 어려운 까닭에 다음달 1일 복수노조 시대 개막은 불가피해 보인다.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제2의 노조가 설립되더라도 노사는 하나의 교섭창구를 통해 임금·단체교섭을 해야 한다. 교섭권을 둘러싸고 노노·노사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신생노조나 소수노조의 경우 교섭권을 제약받을 가능성이 높다. 복수노조 허용과 함께 시행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노사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교섭비용 전적으로 노조에 전가"
권영국 변호사(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

복수노조하에서 교섭창구 단일화를 법적으로 강제해야만 근로조건의 통일을 가져오고, 교섭의 혼란과 중복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전제는 매우 섣부르고도 일면적일 수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가 강제되지 않는다고 해서 단일화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단일화 없이 개별 노조가 단체교섭권을 행사한다고 해서 노사관계가 마냥 파국으로 치닫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교섭창구를 강제하는 단일화 규정에 의해 사용자가 부담해야 할 교섭비용이 고스란히 노조와 노동자의 비용으로 전환되고,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교섭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될 수 있다.
권리를 행사함에 있어 비용지출은 불가피하다. 비용의 지출이 납득 가능한 범위 안에 있고, 권리의 행사에 있어 자율적인 질서의 형성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면 권리의 행사가 단순히 비용절감이라는 이유로 제한돼서는 안 된다.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교섭권은 조합원수에 따른 질적 차이가 인정되지 않고, 사용자의 교섭비용 증가나 복수노조로 인한 혼란은 헌법상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을 보장한 것에 대응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헌법상 전제다. 그런데도 개별 노조가 갖는 복수의 독립적인 단체교섭권과 협약체결권이 사용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실질적으로 부정된다.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조항은 교섭대표노조에서 탈락하거나 배제된 소수노조나 단일화 절차 종료 후 새로 조직된 신설노조의 단체교섭권과 협약체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다.


“창구단일화, 단결권마저 침해”
조상균 전남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국제기준이나 헌법상 규정에 의해 복수노조는 당연히 인정돼야 한다. 모든 노조는 단체교섭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복수노조 시행방안에 따르면 그렇지 못하다. 복수노조가 인정되면 물론 기존에 없던 노조가 생겨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혼란이 있다고 해서 헌법상 보장된 규정을 침해할 수는 없는 것이다.
복수노조 시행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은 문제가 많다. 기본적으로 창구단일화를 시행하면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노노 간 갈등이 불거질 것이다. 복수노조는 허용되지만 창구단일화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가장 큰 문제는 창구단일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전부 노조에 전가돼 있다는 점이다. 비용을 전부 다 쓰고 나서 살아남은 한 노조와 단체교섭을 하겠다는 식이다. 회사는 사회적 갈등비용을 전혀 부담하지 않고 모두 노조에 전가하는 식이다. 창구단일화 과정에서 살아남지 못한 노조는 노조로서의 실질기능을 담당하지 못해 단결권마저 침해당할 수 있다.
개선방향은 쉽다. 모든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하면 된다. 서로 경쟁하면서 자율교섭을 하도록 하는 것이 헌법에도 가장 적합하다. 교섭창구 단일화는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


"창구단일화보다 법 강제가 문제"
이광택 국민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교섭창구 단일화는 복수노조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지만 법으로 강제했기 때문에 오히려 문제가 많이 생길 수 있다. 정부가 법으로 정하는 게 편할 것이라는 생각에 법으로 제정했지만 그 반대의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뜻이다.
교섭창구 단일화 자체는 장단점이 있다. 복수노조 제도하에서 노조들이 필요에 따라 교섭권을 강화하기 위해 창구단일화를 할 수도 있다. 지난해 일본을 다녀왔는데, 창구단일화를 법으로 강제하지 않고 있지만 복수노조가 있는 대부분 사업장에서는 노조 스스로 창구단일화를 하고 있었다. 창구단일화를 안 하는 곳도 있지만 그런 사업장은 그 상황에 맞게 교섭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법으로 강제한다. 시행 초기 혼란이 불가피하다. 노조끼리 갈등도 있을 수 있다. 특히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뿐만 아니라 단결권마저 가로막는 현상을 낳을 것이다. 단체교섭권을 보장받지 못하는데, 어떻게 노조를 설립할 수 있는가. 복수노조 취지에도 맞지 않다. 창구단일화 자체가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법으로 강제했기 때문에 순기능보다는 부작용이 많을 것이다.


“비정규 노동자 무시할 수 없는 노조환경 조성”
이승욱 이화여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이젠 정규직노조가 창구단일화에 따른 과반수 노조가 되기 위해 비정규 노동자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렵게 될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 노조가 따로 결성돼 출현하는 것보다 정규직이 비정규직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방향으로 조직이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도 창구단일화 교섭방식은 기존에 해 오던 교섭의 틀을 깨거나 흔드는 것이 아니다. 이미 기존에도 소수노조는 인정받지 못했고, 산별노조도 지부 교섭을 해 왔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사측은 초기에 노조 간 경쟁을 붙이기 위해 부당노동행위를 많이 할 것으로 관측된다.
노조도 서로 선명성 경쟁을 벌이느라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제도 시행 초기 일부 시행착오만 잘 극복한다면 전반적으로 비정규 노동자의 권익이 보장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으로 판단된다.


“복수노조 혼란 줄이고 노조 보호해 줄 것”
박영범 한성대 교수(경제학)

복수노조와 창구단일화가 시행되면 일정정도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창구단일화로 인한 혼란은 빠르게 완화될 것이다. 상당수 사업장에서 임금·단체협상을 빨리 타결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실제 그런 사례가 늘고 있다. 어떤 노조들은 요구조건을 저하시키면서까지 회사와 타협하고 있다. 지금 합의하면 단체교섭의 경우 향후 2년간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보장받기 때문이다.
창구단일화 조항이 없다면 노조 간 엄청난 경쟁이 발생한다. 창구단일화 조항 자체가 노사관계를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자율교섭이나 교섭단위 분리가 무조건 노조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자율교섭이나 교섭단위 분리를 악용하려고 할 것이다. 노조간 경쟁을 붙여 힘을 빼는 것이다.
창구단일화에 대해 위헌 논란이 있지만, 사실 노조를 하나로 만들어 보호해 주는 역할도 한다. 제3노총이 생겨서 노동운동의 힘을 분산되는 것을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