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와 국회가 부실 연·기금 통폐합이란 명분 아래 산재예방기금과 산재보험기금 통합을 시도하자 노동계 및 안전 유관단체들이 근로자의생명경시 정책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노총과 안실련 등 안전관계 시민사회단체가 주축이 돼 진행해 왔던 통폐합 반대운동에 산업안전관련 단체까지 가세했다.

대한산업안전협회와 대한산업보건협회, 산업안전학회, 안전관리대행협회, 안전기술사회 등 12개 민간단체 관계자들은 최근 안실련에서 회의를 갖고기금통합이 안전보건의 후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적극적으로 통폐합 반대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기금이 통합되면 중소사업장에대한 국고지원은 자취를 감출 것이고 이는 곧 근로자의 생명권을 포기하는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한국노총과 안전시민단체연대(안전연대)도 각각 성명을 내고산재기금 통폐합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같이 반발이 거세지자 국회는 이번 218회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던두 기금의 통폐합 처리를 4월중에 열릴 임시국회로 미루었다.

이들이 주장하는 통합 반대 이유는 우선 두 기금의 목적과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산재예방기금은 산재예방기술지도, 안전보건교육 및 홍보, 직업병 연구등을 위한 사전예방적 기능으로 산재보험기금의 근로자 요양, 보상 및 재활을 위한 사후보상적 기능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주장이다. 특히 지난 1990년 산재왕국의 오명을 떨치기 위해 여야 공동발의로 법제화된 산재예방기금은 91년부터 99년까지 연평균 9%대의 재해율을 감소시켜 총 재해자수 7만8천여명을 줄이고 이 기간중 든 산재예방 사업비 1조2천여억원의 4배에 달하는 4조9천여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절감해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산재예방기금 설치 당시인 91년의 산업재해율은 1.62%였으나 99년재해율은 58%가 감소한 0.74%로 산재예방에 대한 투자 확대가 재해율을 크게 떨어뜨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선진국에 비해 산업재해가2~3배 높고 산업발전과 기술 진보에 따라 중대재해 및 신종 직업병 발생이급증하고 있어 재해예방사업에 대한 필요성이 여전히 높은 실정이다.

또한 산업안전 선진국에서도 보상과 예방업무를 분리시행하고 있으며 국제노동기구(ILO)도 업무 성격의 상이에 따라 분리시행을 권고하고 있는 것을 들고 있다.

게다가 양 기금을 통합했을 때 운용기관인 근로복지공단과 산업안전공단의 인력 대체성이 낮아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관리비 절감 효과도 미미한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정재희 안전생활실천연합 사무총장은 “산재예방기금과 산재보험기금의통폐합은 산업안전보건관리 체계를 뿌리째 흔드는 것”이라며 “특히 예방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영세, 중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산업안전보건 국고지원사업의 축소가 예상돼 70, 80년대의 열악한 산업현장 모습을 볼 수밖에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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