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민영화 대상인 우리금융지주 재매각을 결정한 뒤 메가뱅크(초대형은행) 논란이 한창이다. 공적자금관리위는 분할매각이 아닌 일괄매각방침을 정했고,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을 개정해 금융지주회사 간 인수합병 장벽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때문에 산은금융지주에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또 국영은행인 우리금융과 산은금융의 합병으로 민영화는커녕 관치금융만 강화될 것이라는 반발도 거세다.
메가뱅크에 대한 찬반논쟁도 불붙고 있다. 해외투자 등을 위해서는 초대형은행의 출현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부를 비롯한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반면에 메가뱅크가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한 원인이었다며 은행 간 인수합병에 반대하는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메가뱅크, 약일까 독일까.



“우리금융, 독자 민영화 능력 충분해”
임혁 금융노조 우리은행지부 위원장


 

우리은행과 산업은행이 합병되면 상장된 대기업 70%의 주채권 은행이 된다. 정부 소속이나 다름없는 대형은행이 70%의 상장 대기업을 쥐락펴락하게 되는 것이다. 관치금융이 우려되는 이유다.
산은금융지주가 됐든, 아니면 KB금융이나 하나금융이 됐든 금융지주끼리 합쳐지면 금융권의 빈익빈부익부는 더욱 심화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서민들이 이용할 은행이 없어진다. 최근 저축은행사태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옛 상업은행과 옛 한일은행이 합병한 조직이다. 당시 노동자의 48%가 길거리로 쫓겨났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한 KB국민은행에서도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렇게 많은 피해가 예상되는데 노조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우리금융을 민영화시킨다고 하더니 국영은행인 산은금융지주와 합치려고 한다. 딸을 아들에게 시집보내는 셈이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총 다섯 차례의 지분 블록세일(분할매매)을 통해 11조6천억원의 공적자금 중 7조원 정도를 남겨 놓고 갚아 왔다. 앞으로도 독자 민영화를 통해 두 번 정도만 블록세일을 하면 공적자금을 모두 갚을 수 있다. 우리금융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


“산은은 한국금융의 방파제, 독자생존해야”
강태욱 금융노조 산업은행지부 위원장



 


산업은행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속에서 글로벌 투기자본과 거대 금융기관에 맞서 대한민국 금융의 방파제 역할을 해 왔다. 이런 산업은행 민영화방안을 단순히 자산만 키워 시중은행 평가기준이나 충족시키는 메가뱅크로 대체할 수는 없다.
지난 금융위기 때 메가뱅크의 폐해는 충분히 입증됐다. 더 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다. 산업은행이 시중은행화된다면 우리나라 금융은 해외 거대 금융기관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기업들은 해외 투기자본의 손에 떨어질 것이다. 대한민국 경제가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은 57년간 쌓아 온 IB(투자은행) 업무를 확대하고 수신(예금·적금) 기반을 보완해 우리나라 금융과 산업에 꼭 필요한 정책IB로 독자생존해야 한다. 최근 몇 년간 연구를 통해 다른 은행과 합병하지 않더라도, 자체적으로 수신기반을 확보해 독자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독자생존은 산업은행 노동자들의 열망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경제석학들과 국내 전문가들도 메가뱅크를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단지 메가뱅크를 만들기 위한 금융권 판짜기와 거짓 민영화를 중단해야 한다.


"덩치만 키운다고 글로벌 IB 아니다"
김성호 우리투자증권노조 수석부위원장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산은금융이 우리금융지주를 인수해 메가뱅크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형 투자은행(IB)을 만들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금융과 산은금융의 합병은 민영화가 아닌 국영화이며 결국에는 정부가 앞장서 우리나라 금융산업을 폐허로 만드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우리금융 소속인 우리투자증권에는 3천여명의 직원이 있고, 산은금융 역시 3천여명에 달하는 대우증권이 소속돼 있다. 두 증권사를 합병해 대형 IB를 만들겠다는 것이 그들의 구상이다.
그러나 두 증권사는 업무영역 등 사업구조가 대부분 겹친다. 합병의 시너지 효과나 효율성이 전혀 없다. 지점의 경우도 우리투자증권 117곳과 대우증권 107곳 중 거의 100여곳이 인근에 점포를 두고 있다. 합병은 필연적으로 점포 통·폐합을 낳을 것이다. 본사 업무도 거의 동일하다. 인적구조조정만 난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시장은 냉정한 곳이다. 먹을거리가 있어야 규모를 키우지, 무조건 규모만 키운다고 글로벌 IB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관료들은 덩치만 키우면 다 글로벌 IB가 되는 것인 양 선전한다. 지금 있는 국내 IB들조차 한국 자본시장의 미성숙과 먹을거리 부족으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현실을 되새겨야 한다.


“메가뱅크, 수요도 없고 금융생태계만 파괴”
조혜경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정부가 왜 은행 대형화를 추진하려는지 그 근거가 부족하다. 우리나라의 자금수요 상황을 보면 메가뱅크는 필요하지 않다. 저축은행부터 대형 시중은행까지 하는 업무가 비슷하다. 가계대출과 예금, 중소기업 대출 등 소매금융에 집중돼 있다. 메가뱅크를 필요로 하는 자금수요가 없는 것이다.
한국의 은행산업 발전에도 별 도움이 안 된다. 우리금융과 산은금융이 합치게 되면 정부 소유도 아니고 민간 소유도 아닌 어정쩡한 형태의 초대형은행이 등장하게 된다. 500조원 규모의 초대형은행 출현에 따라 민간은행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은행시스템의 안정성이 흔들리게 된다.
메가뱅크가 출현하게 되면 금융생태계에 큰 파장이 올 것이다. 종의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자연생태계는 파괴된다. 마찬가지로 금융생태계도 다양성이 확보돼야 한다. 메가뱅크 등장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 금융업계의 다양성은 사라지게 된다. 금융산업에 외부 충격이 와도 적응력을 갖출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특화된 금융기관들이 많아야 한다. 정부가 할 역할은 메가뱅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금융생태계가 보존되도록 보조하는 것이다.


“자본수출 단계 전진하려면 메가뱅크 필요”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메가뱅크는 이미 대세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다. 금융위기 원인을 제공한 미국 등은 메가뱅크가 많은 나라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아직 하나도 없다. 이를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
메가뱅크의 장점은 분명히 있다. 플랜트 공사 등 해외 수주에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메가뱅크를 반대해서는 곤란하다. 우리나라는 원전 해외수주 등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플랜트를 수출해야 할 단계에 있다. 그 다음에는 자본수출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메가뱅크가 필요하다.
물론 메가뱅크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고용불안을 걱정하는 노동계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해외 수주를 하면 일자리가 늘어난다. UAE 원전만 해도 수천 개의 일자리가 보장된다. 금융권만이 아닌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를 따질 필요가 있다.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관치금융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 보완책이 나와야 한다. 만약 산은지주가 우리금융을 인수하게 된다면 정부는 산은에 대한 구체적인 민영화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것에 대한 보완이 전제된다면 메가뱅크 추진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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