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앙노동위원회가 내놓은 노동위원회규칙 개정안은 지난해 10월 정부가 제출한 노동위원회법의 축소판이다. 지난해 국회에 제출된 노동위법 개정안은 당초 손쉽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야당이 이를 쟁점법으로 분류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특히 노동계와 야권이 지난 18일 교섭창구 단일화를 폐기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노동위법 국회 통과가 더욱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중노위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씹겠다’는 심정으로 노동위원회규칙 개정안을 만든 것으로 판단된다.

◇창구단일화 절차 담은 규칙=중노위는 규칙 개정안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비롯해 복수노조 관련 업무를 심판위원회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회의구성과 운영사항을 바꿨다. 심판위원회 처리업무에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와 교섭단위 분리·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 결정을 추가한 것이다. 중노위 관계자는 “애초 규칙에서 노조법 관련 사항을 심판위원회에서 담당했다”며 “심판위원회 업무에 복수노조 관련 업무를 추가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노동위법 개정안에서 조정위원회에 맡기려던 업무를 심판위원회로 넘긴 것을 제외하고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규칙이나 법이나 내용이 비슷하니 노동계가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규칙 개정안에는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신청 사건 처리절차가 신설됐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와 교섭단위분리 사건 처리절차도 포함됐다.

◇전원회의 통과할까=규칙 개정안이 시행되려면 큰 고비를 하나 넘겨야 한다. 바로 전원회의다. 전원회의는 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공익위원 전원이 참가하는 노동위원회 최고 의결기구다. 규칙개정은 위원의 과반수 참석에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의결된다. 이미 중노위는 표결을 염두에 두고 있다.

중노위에 따르면 현재 노동위원회 위원 정원은 170명, 이 중 궐위상태 위원을 제외하면 160명에 달한다. 규칙 개정안이 의결되려면 적어도 80명 이상의 위원이 참석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위원들이 대부분 생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열리도록 돼 있는 전원회의가 2007년 비정규직법 개정과 관련한 회의 이후에 성립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노위는 성원이 되지 않아 회의 자체가 무산될 경우 중노위원장이 회의를 다시 열지, 서면의결을 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면의결도 과반수 참석에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지만 직접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서면의결로 쟁점사항이 통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노위 관계자는 “쟁점이 뚜렷하기 때문에 전원회의는 성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지만 노동계는 “전원회의가 통과의례에 불과할 것”이라며 불신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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