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 을지로 소재 재능교육 옆 천막농성장. 단체협약 원상회복을 요구하며 시작된 서비스연맹 전국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의 농성이 이날로 1천239일째에 접어들었다. 천막 인근에는 '재능교육이 교육을 망치고 있다'(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자는 쓰다버리는 일회용이 아니다'(민변), '우리아이들의 미래에 재능은 없다'(진보신당)라고 써 있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조합원 여민희(39)씨가 홀로 천막을 지키고 있었다. 천막 안에는 향린교회에서 가져다 놓은 스승의 날 카네이션 화분이 놓여 있었다.

여민희씨는 재능교육에 98년 입사했다. 그리고 근무 12년째를 맞았던 지난해 8월 불매운동으로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그는 지부가 투쟁을 시작한 2007년 12월부터 회사에서 학생들을 배정해주지 않아 실상은 해고상태나 다름없었다.
지난해 근속 12년을 맞은 그는 회사로부터 근속 선물(상품권)까지 받았다고 한다. 근속 선물은 단체협약에 명시돼 있다. 99년 학습지 회사에서는 처음, 특수고용노동자로서도 처음 노조를 만든 그들이 쟁취한 작은 복지였다. 하지만 회사는 근속 선물을 주고도 그를 해고했다.

“98년에 입사했는데 99년에 노조가 생겼어요. 노조가 생기기 전까지는 평균 근속기간이 7~8개월이었는데 노조가 생기고 2년으로 늘었어요. 노조를 지키지 못할 바에야 재능교육이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봐요.”

현재 재능교육에서 해고된 노동자의 상당수는 근속연수가 10년이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들은 노조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기 때문에 불매운동을 벌일 지언정 노조는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사실 이날은 재능교육이 오수영 지부 사무국장의 서울 은평구 아파트에서 집안 살림살이를 경매집행하기로 예정된 날이었다. 이날 오전 취소됐지만 노조 간부들에 대한 손배 가압류는 현재 진행형이다.

노조 간부들은 재능 사옥 인근에 현수막을 걸어놓거나 1인 시위를 하거나 유인물을 배포하는 행위만으로도 각 1회당 100만원의 벌금을 재능교육에 지급해야 한다. 지금도 벌금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이들은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노동위원회에서도 구제받지 못하고 있다. 여민희 조합원은 지금 상황에서도 가장 절실한 것은 ‘연대’와 ‘관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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