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은 감동이요, 육아는 보람, 가족은 행복’이라는 공익광고 문구를 버스나 지하철·거리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성당새마을금고 여성노동자들에게도 그럴까. 안타깝지만 그들에게는 출산은 해고요, 육아는 고통, 가족은 파탄이 됐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동안 새마을금고라는 직장을 천직으로 생각하며 근무했던 여성들의 얘기다. 이 여성들은 성별을 이유로 임금과 승진에서 깊은 차별을 감수해야 했고, 출산과 육아로 권고사직을 강요받으며 고용불안에 시달렸다. 이제는 제 발로 안 나가니 여성에 덧붙여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정리해고를 당해 길바닥으로 내몰렸다.

지난 2009년 6월 직원 11명의 소규모 사업장인 이 새마을금고에서 여성노동자 7명은 모두 여성으로서, 노동자로서 권리를 찾고자 노조에 가입했다. 그러나 2년간 수십 차례 단체교섭을 했지만 사용자는 노조와는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없다며 버텼다. 단협은 아직까지 체결되지 않고 있다. 사용자는 노조의 파업 340일에 직장폐쇄 338일로 맞섰고, 조합원과 노조에 온갖 고소·고발·징계를 남발했다. 그 과정에서 3명의 여성조합원이 정리해고됐다.

필자는 얼마 전 정리해고된 여성조합원의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재심신청 심문회의를 위해 중앙노동위원회를 다녀왔다. 일반적으로 노동위원회 심문회의에서는 공익·노동자·사용자위원들이 당사자의 주장에 대한 사실관계나 법리에 대해 심문하고, 당사자가 이에 답변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그런데 이날 심문회의는 특이했다. 노동위원회 심문회의를 자주 참석했던 필자도 의외였다.
 
이날 1시간 심문회의 내내 위원별로 돌아가면서 사건내용에 대해서는 별다른 심문을 하지 않고 한결같이 성당새마을금고 사용자를 훈계하는 게 아닌가. 보수적 성향의 공익위원조차도 마찬가지였다.

“경영상태도 좋은데 갑자기 금고 지점을 폐쇄하면서 여성조합원만 정리해고 대상자로 선발한다, 이거 너무 한 거 아닌가요”, “여성노동자들이 7명이 되면 육아를 위한 순환휴직도 하면서 정리해고 안 하고 같이 근무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데, 무조건 정리해고 해야 한다니 이해할 수 없네요”, “정리해고 대상자가 모두 여성조합원이고, 상업고 출신으로 주산·타자·부기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것을 취업가능성이 높다고 하는 것은 취업현실을 외면하면서 여성조합원을 대상자로 선발하기 위한 기준 아닙니까”, “10~20년 일상 여성들에게 하루아침에 여성들만 나가라면 받아들일 수 없겠죠. 그럼 피신청인(사용자)이 정리해고 말고 좋은 방안을 찾아보세요. 안 그러면 끝이 안보입니다. 알겠죠”와 같은 꾸짖음이 계속됐다.

그날은 중노위가 ‘친노동자’ 옷으로 갈아입었나 하고 착각할 정도였다. 필자는 심문회의 내내 마음속으로 ‘참 분위기 좋다’고 생각했다. 심문회의의 좋은 분위기는 판정결과로 이어졌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도 없고, 해고회피 노력도 다하지 않았으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대상자 선정 기준도 아니라며 정리해고 요건 모두가 부당해 부당해고로 판정됐다. 이미 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부당해고 구제명령을 했으나 사용자가 여성노동자를 복직시키지 않아 사용자에게 2천100만원(3명)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됐다.

이렇듯 사용자는 여성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면서 여성과 노동의 권리를 주장하자 수십 년간 누렸던 제왕적 경영권력에 위협을 느낀 나머지 온갖 방법으로 노조와 조합원을 탄압했다. 모든 여성조합원에게 징계처분·고소·고발해도 뜻대로 되지 않자 정상적으로 운영되던 금고의 지점을 폐쇄해 경영손실을 감수하고, 수천만원의 비용을 들여 노무사를 동원해 무리하게 정리해고를 추진하면서 노조와 조합원을 무력화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어떠한가. 그동안 새마을금고에서 짓밟힌 여성노동자의 권리, 정리해고의 부당성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사용자들이 항상 주장했던 바로 그 ‘금고의 사회적 명예와 이미지’가 훼손·실추됐다. 게다가 재산상의 손실 등이 발생했고 노사 간에 커다란 단절의 벽이 생겼다.

새마을금고 사용자가 하루빨리 자신의 만행을 뉘우치기를 바라며 정리해고된 여성조합원들이 복직돼 ‘출산은 감동이요, 육아는 보람, 가족은 행복’이라는 것을 노동현장에서 느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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