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총선으로 불렸던 4·27 재보궐 선거가 끝났다. 단일화를 한 야당은 승리했고,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여당은 패배했다. 이 여파로 여당은 지도부가 총사퇴했고 청와대 비서진들도 사의를 표명했다.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심판하는 민심은 매서웠다.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나라당의 텃밭이었던 분당에서 한나라당은 고배를 마셨다. 기록적인 투표율은 준엄한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 줬다.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가 무엇이 부족했는지 겸허하게 살피면서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개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야권 단일후보를 적극 지지했던 양대 노총도 힘을 얻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 움직임에 힘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보선 이후 요동치는 정국은 어디로 흘러갈까. 이번 선거 결과가 노조법 재개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명박 정부에 대한 마지막 경고”
한정애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


사실 이병박 정권에 대한 심판은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이미 내려졌다. 정권이 지방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였다면 이번 재보선은 다른 양상으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마지막 경고인 셈이다.
한국노총은 지난 13일 중앙정치위원회 회의에서 노조법 개정에 찬성하는 야3당을 지지하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4·13 호헌지지라면 한국노총의 뼈아픈 기억이 남아있는 날이기도 했다. 4·27 재보선은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파기한 뒤 처음 맞닥뜨린 정치적 시험대였다. 그 결과 현장의 조합원과 함께하는 한국노총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것을 보여 줬다.
노조법이 당장 개정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하지만 노조법 개정 필요성에 공감해 온 한나라당의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이 움직일 것으로 기대한다. 그들은 이번 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을 모른 체하기 어려울 것이다. 노조법 개정을 위한 계기가 마련됐다고 본다.


“노동자들의 정치참여가 이뤄 낸 성과”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


4·27 재보선 결과는 노동자들의 적극적인 정치참여의 결과다. 민주노총은 4·27 재보선과 관련해 진보정치 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전략적 목표로 정하고, 야권연대를 전술적 기조로 하는 정치방침을 확정한 뒤 적극적으로 후보를 발굴했다. 그 결과 순천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인 김선동 후보가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울산 동구에서는 우리가 지지한 김종훈 후보가 구청장에 당선됐으며, 다수의 기초 광역의원이 당선되는 성과를 이뤘다.
야권연대의 성과 또한 크다. 부자동네라는 분당에서 ‘강부자 정권’을 심판하고, 민주당의 텃밭에서 지역색을 벗고 민주노동당 후보를 당선시킨 것은 후보 개인보다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을 심판하라는 국민의 뜻이다.
노동자들의 적극적인 투표참여가 판세를 갈랐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투표율이 낮을 것이라는 보수언론과 집권여당의 예상과 희망을 보기 좋게 뒤엎은 것은 대도시 사무직 노동자들의 출퇴근 전후 투표와 중소도시 제조업 노동자들의 집단적인 투표참여 때문에 가능했다.
정부·여당은 집요하게 언론을 통제하고 여론을 조작하려 했지만 국민들은 SNS를 통해 스스로 여론을 형성하고 현실의 투표행위를 실천에 옮겼다. 소통하지 않는 불통정권, 선거공학만으로 당선을 바라는 어리석은 정당은 이제 구시대의 퇴물이 됐다. 준엄한 국민의 심판을 받은 정부·여당은 즉각 노동배제 정책기조를 전환해야 한다. 야당 역시 자만하지 말고 노동존중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국민·기업의 정서 읽지 못한 결과”
류기정 한국경총 사회정책본부장


4·27 재보선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정부가 민심이나 기업의 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도 보인다. 민심이반이 일어나면 정부의 기본적인 정책 집행이 어렵고, 결국 국민들의 지지로부터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남은 임기동안 민심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서 국정 운영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나름 열심히 일은 했지만, 국민이나 기업 어느 쪽으로부터도 지지를 받지 못하는 독자적 길을 간 것 같다. 정부는 국민을 통합하는 능력이 부족했고, 여당인 한나라당은 계파에 몰입하다 보니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뒷전으로 밀렸다. 정부·여당이 민심을 기반으로 정책방향을 재정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노사관계에 있어서는 이번 선거결과와 무관하게 정부가 원칙과 소신을 지켜야 한다고 본다. 노사관계는 갈등이나 대립적 요소를 안고 있다. 선거 결과 때문에 정부 정책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경우 새로운 혼란이 유발될 수 있다.


“야권 완승 독 될 수도 ··· 민주당․민주노동당 겸손해야”
정영태 인하대 교수


4·27 재보선에서 야권이 완승했다. 하지만 이것이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 민주당이 승리했다고 교만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지방권력이 교체됐지만 바뀐 게 거의 없는 것 같다. 야당에 기대했던 것이 무너져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낀다. 이번 재보선에서는 민주당이 야권연합을 통해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에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내년 총선에서도 그렇게 할지는 의문이다.
진보대통합 논의에 있어서도 민주노동당과 다른 진보정당과의 관계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번에 크게 약진한 민주노동당이 진보신당과 사회당과의 관계에서 “우리 노선이 옳았으니 따라오라”고 일방적 자세를 취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앞으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야권연합과 진보대통합 협상에서 겸손해야 한다. 고자세를 취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야권연합 후보단일화시 지역별 사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중앙당이 일괄 강제하기보다 원칙과 기준을 정해 놓고 지역에서 자율적으로 협상을 할 수 있도록 하면 오랫동안 준비했다가 야권연합을 이유로 출마하지 못하는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MB정부, 국정운영에 대한 반감 확인"
이병훈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장(중앙대 교수)


4·27 재보궐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은 ‘반MB’, 즉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반감 혹은 반대다. 김해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김태호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기는 했지만, 그 역시 당보다는 개인 인물론을 내세운 것이 당선의 주요 이유라고 판단한다. 이번 선거 이후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은 가속화할 것이 분명하다. 민주당 등 야당들은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이번 선거가 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친기업적이며 성장위주인 정책을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현 정부가 추진했던 노동시장 유연화 등의 정책은 추진 탄력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현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가 바뀌었다기보다는 레임덕이 가속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다.
노동계가 바라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 재개정도 아직까지는 요원하다고 본다. 노동계 역시 97년 노동자 대투쟁처럼 노동자의 힘으로 정부를 밀어붙일 내부동력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민심이 현 정부에 돌아섰다고 해도 아직까지 노동계가 정치·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은 적다. 양대 노총을 모두 살펴봐도 노동계가 현 수준에서 파괴적인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되지는 않는다. 결국 노조법 재개정은 노동계가 어떻게 노력하는가에 달렸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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