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이 1천40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가운데 그룹 경영진이 차명으로 주식을 관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무금융연맹 흥국생명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는 28일 오전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태광그룹 내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의 주주명부를 분석한 결과 차명으로 의심되는 주식을 무더기로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관련내용을 담은 조사요청서를 금융감독원에 전달했다.
 


흥국해복투가 태광산업의 2009년 12월과 지난해 12월 기준 주주명부를 분석한 결과 주소지가 태광산업 본사인 '중구 장충동 2가 162-1번지'로 기재된 주식 2만3천331주가 발견됐다. 전체 지분율로는 2.1%, 이날 현재 종가(151만9천원)로는 354억4천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 주식을 보유한 사람은 모두 72명. 이들은 지난 1년간 지분 변동 없이 그대로 주식을 유지하고 있었다. 특히 보유 주식수가 같은 사람이 58명에 달했다. 262주를 똑같이 보유한 이가 6명, 158주는 49명, 131주는 3명이었다.

이형철 해복투 의장은 "72명은 주소지를 회사 본사로 기록한 것은 물론 '서울'이라는 단어를 빼고 '중구'라고 시작한 것까지 완전히 같았다"며 "같은 수의 주식을 보유한 사람이 대다수고 지분 변동도 없으며 주소지까지 같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기에 경영진이 주식을 위탁한 차명주식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 조사 결과 이호진 회장 일가가 다수의 차명계좌를 운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차명주식 의혹도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대한화섬의 경우 2005년 12월 기준으로 주식명부상 회사 주소를 주소지로 기재한 개인주주와 퇴직한 임원들이 상당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2009년 12월 기준으로는 이 주식의 상당수는 신한은행이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신한은행은 70년대부터 40년 가까이 대한화섬의 주거래은행이었는데, 은행이 차명주식인 것을 알면서도 주식을 매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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