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정권의 역사는 노동자 피와 땀의 역사다. 참정권 운동이 처음 시작된 영국에서는 19세기 초 지주층만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었다. 노동자는 대규모 노동운동을 통해 참정권을 요구했고, 1867년과 1884년 두 차례 선거법 개정으로 노동자에게도 참정권이 주어졌다. 흑인과 여성의 참정권은 그로부터 한참 뒤에야 가능했다.

그런 측면에서 오늘날 우리는 참정권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라고 말이다. 선거에 참여하고 싶어도 못하는, 실질적으로 참정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는데도 그렇다.

4·27 재보궐 선거가 5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과 노동·시민사회에서는 노동자의 참정권 행사를 위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은 젊은 유권자층을 잡아야 하는 야당이 가장 열심인 것 같다. 지난 20일 최영희 민주당 의원이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인 재보선 투표시간을 2시간 연장해 오후 10시까지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선거일을 유급휴일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민주노총 등 노동·시민단체는 4·27 재보선 직장인 투표시간 보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선거에서도 예외 없이 낮은 투표율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며 “현행 근로기준법과 공직선거법은 노동자의 투표권 행사를 보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직장 내 투표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장인 투표시간 보장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같이 노동자 투표 참여를 위한 목소리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2002년 민주노동당이 ‘선거일의 유급공휴일 지정법’을 입법청원한 적이 있고, 건설노동자들이 “선거일의 유급휴일 보장이 되지 않는 현행 선거제도하에서 선거권이 박탈되고 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2002년 헌법소원과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 제소가 잇따랐지만 아직 바뀐 것은 없다. 중소기업과 비정규 노동자가 투표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현실도 그대로다.

최근 (주)나우콤이 경기도 분당을에 사는 직원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2시간 유급휴가를 주기로 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당장 4·27 재보선에 많은 노동자가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투표시간 연장이나 유급휴일 지정 등 제도개선을 모색하자. 정부와 정치권은 노동자가 피땀으로 일군 참정권을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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