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경위

이 사건 노동자들은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에 소속돼 장애인 콜택시를 운전하는 노동자들이었다. 서울시의 장애인 콜택시 사업은 산하 시설관리공단에 위탁돼 2003년부터 시작됐는데, 원고들은 그해 1월1일부터 그해 12월31일로 근로계약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했다. 그런데, 2003년말 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에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은 100여명의 운전 노동자들 중 노조간부 6명 전원과 조합원 1명을 포함한 노조원 7명과 비노조원 4명 총 11명에 대해 갱신을 거절하는 방식으로 해고했다.
이에 노동자들은 이와 같은 갱신거절이 부당해고라면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각 구제신청과 재심신청을 했으나 기각됐고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이번 대법원 판결과 유사한 취지로 노동자들이 승소했고, 서울고등법원에서는 다시 패소했다. 2007년에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해 지난 14일 대법원에서는 노동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2. 기간제(계약직) 노동자에 대한 판결례

기간제 노동의 폐해나 문제점에 대해는 이미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법원도 기간제 노동자에 대해 기간만료로 인한 갱신 거절이라는 방법으로 하는 해고에 대해 일정한 제한을 가하는 판례를 축적해 왔다.

먼저 기간제(계약직) 노동자에 대한 갱신거절을 통한 해고를 제한하는 일정한 판례를 형성했다. 그 하나는 일정한 경우에 근로계약기간을 정한 것을 형식에 불과한 것으로 보아 갱신거절은 해고처분이고 근로기준법 제23조에 따른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부당해고로 보는 것이다. 대법원이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 그 근로계약이 계약서의 문언에 반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계약서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기간을 정한 목적과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동종의 근로계약 체결방식에 관한 관행 그리고 근로자보호법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 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로계약서의 문언에도 불구하고 그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는 해석론을 전개한 것이 그것이다(대법원 1998.5.29. 선고 98두625 판결).

또 하나는 설사 기간제 근로계약이 맞다고 해도 항상 기간만료로 근로계약을 종료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경우에는 갱신 기대권을 인정해 이러한 기대권을 위반해 부당하게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었다. 대법원이 2005년 7월8일 선고한 판결(2002두8640 한국문화정책개발연구원 사건)이 있고, 서울행정법원이 2004년 4월8일 선고한 판결(2003구합32275 판결·대법원에서는 심리불속행으로 확정)이 있다. 그리고 이 사건 1심 판결을 비롯한 여러 하급심 판결례가 있다.

이 사건 판결은 후자에 속하는 유형의 대법원 판결이다. 내용을 보면 “ 근로계약·취업규칙·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해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고 할 것이다”고 판시하고 있다.

3. 판결의 의미
 
1) 갱신 기대권 법리로 계약직에 대한 해고를 제한하는 명시적인 대법원 판례는 취업규칙 등에 갱신에 관한 절차규정이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해고한 경우에 부당해고를 인정한 사례가 있었다(대법원 2005.7.8. 선고 2002두8640 판결·한국문화정책개발연구원 사건).
먼저 이 사건 판결은 근로계약·취업규칙·단체협약에 갱신절차 규정이 없는 경우에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볼 때 갱신 기대권을 인정해 부당해고를 인정한 것으로 그동안 몇 몇 하급심 판결은 있었으나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이를 판시한 것으로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최근 사용자들은 계약직에 대한 근로계약서, 계약직 관리지침 등에 갱신은 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규정을 삽입해 위 법리를 잠탈하고 있으나, 이번 대법원 판결은 갱신 절차 규정이 없더라도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 고려해 갱신 기대권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수행하는 업무가 상시적이고 계속적인 업무라든지, 다른 근로자들의 경우에 갱신이 된 사례와 그 방식 등 실질을 고려해 갱신기대권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2) 또한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를 위반해 부당하게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보았다.
종래 하급심 판결은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갱신 거절은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거나 ‘정당한 이유라는 해고제한의 기준보다는 완화된 기준인 점에서 해고제한 규정을 유추적용하는 것’이라는 판시를 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은 갱신기대권을 위반해 부당하게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보면서 ‘이 사건 갱신 거절을 한 것은 정당성을 결여했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리고 원심 판결이 ‘부당해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는 정당한 갱신 기대권이 있는 경우에 이를 위반해 갱신 거절을 하는 것은 부당해고이고 그러므로 근로기준법 제23조에 따른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만 정당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된다. 종래 하급심 판결보다 보다 엄격한 제한을 설정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3) 이 사건 사례는 모든 노동자들이 첫 번째 갱신 시점에 해고를 한 것이다. 해고가 되지 않은 다른 노동자들이 그 이전에 수차례 갱신된 사정도 없다. 이것은 반복 갱신을 해 온 사실이 기간의 정함이 형식에 불과하다거나 갱신기대권을 인정하는데 유리한 요소임은 분명하지만 이 사건 판결은 반복갱신을 해 온 사실이 없더라도 갱신 기대권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

4) 이 판결은 갱신 심사시 심사기준이 자의적 평가가 개입될 여지가 있어 객관성 및 공정성이 결여돼 있거나 심사 자체가 불공정하게 이루어진 것이라면 갱신 거절의 정당성이 결여돼 부당해고라고 보았다. 주관적인 평가기준만을 가지고 계약직 노동자들은 심사해 갱신 거절한 것이라며 해고해 온 것도 일정하게 제한을 받게 됐으며 만일 심사가 이루어졌다면 심사기준의 공정성·객관성 그리고 심사 자체의 공정성은 사용자가 입증해야 한다.

4. 결론

이번 대법원 판결은 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해고제한규정 회피를 판례로나마 일정하게 제한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이고 진전된 내용임은 분명하다. 앞으로 하급심 판결에서도 적극적으로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갱신 기대권이 인정될 사정이 존재해야 한다는 점은 판례로 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해고제한 규정 잠탈행위를 막기는 여전히 어려움이 생기게 된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유가 없는 한 기간제는 금지돼야 한다. 그런 사유가 없는 기간제라는 것은 결국 노동기본권 박탈, 해고제한 규정 잠탈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7년 7월1일 이후로 시행되고 있는 기간제법은 ‘2007년 7월1일을 기준으로 새롭게 계약을 체결하거나 갱신계약을 체결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2년 이상 계속 사용시 무기계약 전환간주’ 및 ‘정규직과 비교해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적 처우 금지’라는 노동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법 내용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최근 한나라당과 정부는 기간제법마저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과거 대법원이 잘못된 판결로 기간제의 출구를 열었던 지점에서 돌아와 최근 기간제의 폐해를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수정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법원보다 한 발 앞서 나아가야 할 정부와 정당이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 정상적인 상황인가. 더 늦기 전에 기간제 사유제한 법제의 도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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