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상급단체로 변경하면 노조를 무력화하지 않고 공장 살리기에 나서겠다. 전체 조합원의 미래가 걸렸으니 임시총회를 열어 결정하자.”(경남 창원 자동차부품업체 (주)센트랄)

“파업지침을 따르지 않고, 다시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각서에 서명하면 징계수위를 낮춰 주겠다. 노조 임원선거 투표를 하거나 선관위 활동을 하면 추가 징계할 수 있다.”(현대자동차 사내하청 회사)

외신 기사가 아니다. 헌법으로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나온 얘기다. 경남 창원에 있는 자동차부품업체 (주)센트랄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당노동행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회사에 한아무개 부회장이 부임하고 나서 노사 간 갈등이 불거졌다. 한 부회장은 상급단체를 탈퇴해 특정단체에 가입하면 여러 선물을 주겠다는 확약서를 발표했다. 노조 와해와 탈퇴, 복수노조 허용시 신생노조 설립 시도를 하지 않겠다는 게 선물 내용이다. 공장 증축과 인원 증원에 나서겠다는 얘기도 있었다. 한 부회장의 확약서만 보면 그가 노조를 얼마나 혐오하는 지 알 수 있다. 특정 상급단체(금속노조)에 대한 증오감마저 묻어난다. 그러니 부당노동행위로 고발될 수 있는 사안임에도 그는 안중에도 없었던 것 같다.

지난해 말 현대차 울산1공장을 점거해 농성을 벌였던 사내하청 비정규직에 대한 대량 징계와 노조탈퇴 강요도 같은 사례다. 인권·법률단체들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의 보고서를 보면 사용자들의 노조탄압 실상은 낯이 뜨거울 정도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 사내하청 회사들은 무단 결근·이탈, 업무방해를 이유로 울산·아산공장에서 비정규직 84명을 해고했다. 정직·감봉된 이들도 700여명에 달한다.

그런데 징계절차가 너무나 허술했다. 징계위원회조차 소집하지 않고 징계하거나, 소명기회도 단 5~10분밖에 주지 않았다. 노조를 탈퇴하면 징계수위를 낮춰 줬다. 사내하청 회사가 징계를 내리는 과정에서 원청회사인 현대차와 입을 맞췄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81조에 따르면 부당노동행위는 5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첫째 노조 가입 또는 조직, 정상적인 노조 업무를 한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행위다. 둘째 어느 노조에 가입 또는 탈퇴를 고용조건으로 하는 행위다. 셋째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다. 넷째 노조 조직 또는 운영에 대해 지배·개입하거나 노조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다. 다섯째, 정당한 단체행동을 하거나 법 위반에 대한 신고 또는 증언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행위다.

이렇듯 노조법에 부당노동행위 유형을 구체적으로 분류하고 있음에도 센트랄이나 현대차 사내하청 회사에겐 무용지물이었다. 사용자들은 법 위반이라는 경각심마저 없다. 이명박 정부가 법과 원칙을 그리 강조했음에도 사용자들에겐 통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과 인정비율만 보면 그 까닭을 알 수 있다.

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건수는 2천324건으로 전년에 비해 62.6%나 늘었다. 이 가운데 1천905건이 노조 가입 또는 조직 등 정상적인 노조업무를 한 이유로 불이익을 준 사례다. 반면 노동위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한 비율은 2009년 7.5%에서 지난해 2.8%로 급감했다. 2008년까지 1천292건으로 줄어들었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건수는 다시 증가한 반면 인정비율은 감소 추세다. 노동위원회가 구제해 주지 않으니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노동자도 늘었다. 사용자에 비해 노동자가 승소하는 비율은 더 높다.

이명박 정부가 친기업 정책을 표방하면서 이런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 정권 들어 노동권이 대폭 후퇴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런 세태니 반노조관을 가진 사용자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 아닌가. 정부는 언제까지 산업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당노동행위를 방치할 건가.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용자에게 관대하니 정상적인 노조활동조차 색안경을 끼고 보거나 방해하는 사용자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정부가 내세우는 법과 원칙의 잣대를 노동자에게만 들이대는 건 불공정하다. 부당노동행위가 판을 치는 사업장에 대해선 정부가 특별근로감독을 해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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