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노총 위원장들이 4·27 재보선을 앞두고 좌담회를 연다고 한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실무자들이 좌담회의 날짜와 내용·방식을 조율 중이다. 양대 노총의 공조 복원을 공식화하고, 정치권을 상대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전면 재개정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좌담회의 방식이다. 짧지 않은 기간 등을 돌렸던 양대 노총은 자신들의 랑데부를 극적으로 선전하고 싶었나 보다. 파급력 있는 특정 신문사를 좌담회의 주최자로 선정해 해당 신문의 지면에 양대 노총 위원장의 만남이 대문짝만 하게 실리도록 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안티’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던 보수 성향의 종합일간지부터 진보신문의 대명사로 통하는 종합일간지까지 네댓 개 신문사가 거명됐다.

노동계의 미디어 편식(偏食)은 더욱 직접적인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돈이 걸린 문제일수록 이러한 경향은 두드러진다. 사회적 캠페인을 전개하거나 대정부 투쟁을 벌일 때 노동계는 신문에 광고를 싣는다. 대중들에게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알릴 수 있고, 방송광고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때 간택되는 신문사는 따로 있다. 예의 그 네댓 개 신문사 중 하나다.

기왕 하는 거 폼 잡고 싶은 심정,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약자의 편에서 투쟁하겠다던 노동계의 외침은 말뿐이었던 것인가. 철저한 시장논리에 따라 언론사의 등급을 매기고, 어디에 실리면 그럴싸할지를 재는 노동계의 모습은 이율배반적이다. 노동계가 타도의 대상으로 삼는 자본의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

노동계가 비용 대비 효율을 따져가며 미디어 편식에 빠져 있을 때 이른바 ‘진보언론’으로 통칭되는 소수언론은 시들어간다. 이미 많은 언론사가 문을 닫았고, 몇 안 남은 언론사들도 손바닥 살림을 유지 못해 휘청거리고 있다. 기업에만 사회적 책임이 필요한 게 아니다. 노동계도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지금 물과 거름과 햇빛이 필요한 곳은 그럭저럭 먹고살 만한 네댓 개 언론이 아니다.

양대 노총 대변인이 14일 오후 만나 위원장 좌담회의 형식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 여러 사정을 감안해 다양한 언론사의 참여를 보장하는 기자회견 형태로 행사를 치르기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명한 결정이다 싶으면서도, 뒷맛이 쓰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