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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한국GM 타임오프 합의 존중해야
때 아닌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합의에 대한 편법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GM(옛 GM대우)과 기아자동차 노사가 전임자급여 지급을 변칙 처리했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급기야 고용노동부는 해명자료를 내기에 이르렀다. 현대자동차가 이달 1일부터 노조간부 235명에게 단체협약 만료로 급여지급을 중단하자 이런 보도들이 쏟아지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르면 지난해 7월1일부터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이 금지됐다. 대신 노사는 사업장 규모별 상한선에 따라 노조활동에 대한 근로시간을 면제하는 데 합의할 수 있다. 일부 언론들은 한국GM과 기아차 노사가 겉으론 타임오프 상한선을 지켰지만 실질적으론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현행 전임자수를 유지했다고 지적한다. 이를테면 사용자가 지급하는 전임자급여는 노조에 지급하는 일종의 보조금이라는 얘기다. 때문에 사용자는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고, 지배·개입했기에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러한 주장이 맞는지 하나씩 따져 보자.

기아차는 지난해 임금·단체협약 갱신협상을 통해 타임오프 도입에 합의했다. 노사는 상한선에 따라 21명에 대해 타임오프를 적용하되 무급전임자 85명을 인정하기로 합의했다. 별도로 노사는 현대차와의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보전수당을 신설해 통상임금 1만4천200원을 인상했다. 노조는 인상분만큼 조합비를 올렸고,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이를 인준받았다. 노조는 무급전임자 급여를 직접 지급했다.

한국GM도 이와 유사하다. 노사는 상한선에 따라 11명의 전임자에 대한 타임오프 적용에 합의했다. 한국GM은 별도수당을 신설하지 않고, 종전의 가산상여금 지급기준을 확대했다. 종전 가산상여금 지급기준은 30시간이었는데 이를 39.2시간으로 확대한 것이다. 노조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조합비 인상을 추진해 무급전임자 78명에 대한 급여를 지급했다.

이를 보면 노사가 현행법을 지키지 않다는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 노사가 합의한 사항은 타임오프 전임자와 무급전임자의 수다. 사용자측은 타임오프 전임자에 대해 급여를 지급하고, 노조는 무급전임자의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는 노조법을 어기는 것이 아니며 노조를 지배·개입하려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도 아니다. 절차상 문제는 없다.

노사가 임금협상의 영역으로 보전수당과 가산수당을 합의한 것은 타임오프 협상과 별개다. 이른바 사용자가 노조에 지급하는 보조금이 아니라는 얘기다. 임금인상분만큼 조합비를 인상했다면 이는 해당 조합원의 선택이다. 조합원에게 귀속된 재산의 처리를 스스로 결정했기에 토를 달 수 없다는 것이다. 노조가 인상된 조합비를 사업비로 전용하지 않고, 무급전임자에 대해 급여를 지급하는 것도 노조의 선택이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에서 이를 변칙이라고 한다면 억지일 뿐이다. 애초부터 전국분포 또는 대형 사업장에서 지키지 못할 타임오프 상한선을 만든 것을 탓하는 것이 옳다. 노동계를 배제하고 일방처리된 근로시간면제 한도 결정이 탈이 난 것으로 봐야 한다. 주요국에선 타임오프 적용을 최저한도로 정하고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는데 우리나라는 정반대다. 우리는 사업장 규모별로 나눴다고 하나 상한선을 정했고,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한다. 이러니 정부가 대기업의 전임자수를 줄인다는 목표 아래 현실을 무시하고 밀어붙였지만 뜻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대기업노조의 전임자수는 어떤 방식으로든 유지됐다.

일부 언론의 억지 주장은 사실 기아차와 한국GM을 겨냥한 것 같지 않다. 타임오프 협상이 시작된 현대차에 대해 영향을 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완성자동차노조 가운데 타임오프 협상은 사실상 현대차만 남았기 때문이다. 타임오프를 폐기하는 노조법 전면개정안에 대해 야5당과 양대 노총이 합의해 법안 발의를 추진하는 흐름도 관련이 있다. 말 그대로 기아차와 한국GM을 앞세운 우회적인 비판이다.

노사가 자율적으로 전임자 임금지급에 합의했다면 이를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몰아붙일 순 없다. 법이나 제도에 앞서 노사자율로 전임자임금 지급 여부와 한도를 결정하는 것은 원만한 노사관계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기 때문이다. 기아차와 한국GM의 타임오프 합의는 노사의 자율적 선택이었기에 이를 존중해 주는 것이 옳은 태도다. 마찬가지로 현대차도 사업장 처지에 맞게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노사갈등을 조성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현행 타임오프가 우리 노사관계 현실과 맞지 않다면 국회에서 이를 논의하면 될 일이다.

박성국 발행인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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