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에 따르면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의 봉제공장을 방문하는 자리에서 한 봉제공장 사업주가 “모든 물가가 올랐는데 가공단가는 안 올라 시간당 5천원 벌기도 빠듯하다”고 하소연하자 “최저임금을 너무 올리면 부담되겠다”고 답변했다. 이어 박 장관은 “한계기업이나 영세사업장은 최저임금이 부담스러워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지역·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필자는 박재완 장관에게 3가지 문제점에 대해 정중히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질문의 본질을 애써 외면하고 엉뚱하게 최저임금 억제를 해답으로 내놓았다. 봉제공장 사업주의 하소연은 재료비·임차료 등 비용상승의 문제점과 불공정한 원·하청거래의 폐해, 그리고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안 제시를 요구한 것이다. 그런데도 박 장관은 엉뚱하게 최저임금 운운했다. 이것은 노동부 장관이 아니라 ‘사용부 장관’으로서의 답변이다.
둘째,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임금은 이미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영세사업장 노동자에게 최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의복·의복액세서리 및 모피제품’ 제조업 제조원가명세서에 따르면 2009년 당기총제조비용 가운데 노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3.85%에 불과하다. 노무비는 2008년보다 9.32% 감소했다.<표 참조>
 


제조원가 증가의 요인 가운데 재료비·임차료, 운반·하역·보관·포장비는 영세사업장 육성을 위해 정부가 지원을 해야 하는 부분들이다. 이러한 비용이 대폭 증가하면서 제조원가가 올라간 것이다. 더구나 영세시업장의 경우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최하위에 있다. 원·하청 간 불공정거래 관행이 지속되는 현실에서 이중삼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장관은 최저임금 문제로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결국 봉제공장과 같은 영세사업장에 최저임금을 차등적용(사실상 감액적용)한다는 것은 대기업인 원청의 이윤보장을 위해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희생구조를 공고히 하겠다는 말밖엔 안 된다.

셋째,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제도 도입취지에 맞게 생활임금이 될 수 있도록 현실화돼야 한다. 최저임금법 제1조(목적)는 “노동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하청·비정규직·영세사업장 노동자에게는 최고임금이 돼 버렸다.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생계비와 노동생산성증가율·물가상승률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돼야 하는데, 개별요건조차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난해는 최저임금 인상률(2.75%)이 물가상승률(2.9%)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한국의 최저임금은 전체 노동자의 정액급여의 37.9%에 불과하다. 임금총액 대비 29.3%로, 88년 제도 시행이후 계속 정체상태에 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최저임금의 상대수준 비교(평균임금 대비)’에서 한국은 멕시코 다음으로 낮은 국가였다. 최저임금액을 결정할 때 최저임금위원회가 그 입법취지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그리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참여연대 등 28개 시민·사회단체 및 정당 등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연대는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5천410원은 돼야 한다고 이미 발표했다. 5천410원은 우리나라 전체노동자 평균임금의 50%다. OECD가 권고한 최소한의 요구이며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연간 도시근로자가구(2인 이상) 월평균 소득( 400만7천671원)의 28.2% 수준에 불과하다.

박 장관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발언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이어 최저임금이 생활임금이 될 수 있도록 현실화시켜야 한다. 또한 불공정한 원·하청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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