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노동조합의 쟁의행위가 정당하게 이루어져야 하듯이, 이에 대항한 사용자의 쟁의행위도 정당한 사유와 절차에 의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대상판례는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항해 사용자가 정당성을 결여한 직장폐쇄를 감행한 데 이어 위장폐업까지 해, 이로 인한 부당해고가 불법행위임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 및 위자료 청구 등에 관한 사례이다.

2. 사안의 개요 및 경과

대상판례의 개요를 살펴보면, 피고인 사용자 A는 원고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쟁의행위가 이루어진 당일인 2003년 7월3일 노동조합의 조합원 전원에 대해 2003년 12월31일까지 직장폐쇄를 실시함을 공고했다.
직장폐쇄 이후인 7월16일 조합원들이 업무복귀를 위해 직장폐쇄 철회를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사용자는 이를 무시하고 노동조합과의 교섭에 응하지 아니했다.
이듬해인 2004년 1월1일 사용자 A는 원고들을 비롯한 전 직원을 퇴직 처리하고, 이튿날 구(舊) 회사를 폐업하면서 같은 업종의 새로운 회사를 설립했다. 이에 원고인 조합원들이 위장폐업에 의한 부당해고가 불법행위임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 및 위자료를 청구한 것이다.

3. 쟁점 - ① 정당하지 못한 직장폐쇄 및 위장폐업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정의)제6항에 따르면 직장폐쇄란 사용자가 근로자측의 쟁의행위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이다. 즉 근로자측이 단결체로서의 힘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한 헌법상 노동3권에 대해 노사대등성에 근거해 사용자가 현저히 불리한 상황에 처했을 경우 적정한 세력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인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용자가 직장폐쇄를 하는 것은 사용자가 현저히 불리한 상황에 처했을 경우에 사용자측이 힘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방어적인 수단으로서 인정된다 할 것이고,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수단으로서는 인정될 수 없다.

다시 말하자면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개시한 이후에만 직장폐쇄가 가능하고, 근로자측의 쟁의행위로 인한 경제적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만 가능한 것이지 노동조합의 조직력 약화나 근로조건 저하 등 적극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돼서는 안 된다.

대상판례의 사례에서는 피고인 사용자 A는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수단을 넘어 6개월 동안 직장폐쇄 할 것을 노동조합에 공지했을 뿐만 아니라 원고인 조합원들이 직장 복귀할 의사를 여러 차례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용자는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중단하고 업무복귀 의사를 명백히 하면 직장폐쇄를 해제해야 한다(대전고등법원 1995. 12. 19. 선고 95나1697판결).

또한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로 인해 기업의 경영이 폐업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항해 일시적으로 폐업을 하는 위장폐업은 조합 활동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것으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

부당노동행위가 되는 위장폐업은 기업이 진실한 기업폐지의 의사가 없이 노동조합의 결성 또는 조합 활동을 혐오하고 노동조합을 와해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서 기업을 해산하고 조합원을 전원 해고한 다음 새로운 기업을 설립하는 등의 방법으로 기업의 실체가 존속하면서 조합원을 배제한 채 기업 활동을 계속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1991. 12. 24. 선고 91누2762판결).

대상판례에서 사용자 A는 이종 처남에게 사업장을 매도하는 것처럼 허위의 부동산 임대차계약서 및 매매계약서를 꾸며 신설회사를 만들었으며 옛 회사를 폐업하면서 원고를 포함해 전 직원을 퇴직처리했다. 그러나 옛 회사와 신설회사는 소재지 및 업종이 동일하고, 옛 회사와의 관련성이나 영업목적 등이 사실상 다를 바 없어 옛 회사와 신설회사는 동일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사용자 A는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로 인해 사업이 어려워져 폐업에 이르게 된 것이 아니라 옛 회사를 폐업한 후 폐업한 사업과 동일한 사업을 바로 실시했으며, 폐업하면서 전 직원을 해고했는바 원고인 조합원들의 해산을 목적으로 위장폐업을 한 것이다.

대법원은 근로자들에게 어떠한 해고사유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활동을 혐오한 나머지 사업을 폐기하고 근로자들을 해고함으로써 일거에 노동조합을 와해시키고 조합원 전원을 사업장에서 몰아낸 사용자 A의 행위에 대해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는 행위’이며, 이러한 위장폐업에 의한 부당해고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했으며 이는 타당한 판단으로 생각된다.

4. 쟁점 - ② 손해배상청구의 범위

사용자 A의 이러한 위장폐업에 의한 부당해고가 불법행위임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의 범위에 대해서도 제1심 판결과 원심 판결이 부당해고 기간 중의 임금청구 이외에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에 대해서 기각한 판단에 대해 이는 근로계약과는 무관한 청구로서 ‘근로자가 부당해고가 없었더라면 향유하거나 취득할 수 있었던 이익이 부당해고로 말미암아 현실적으로 상실되거나 취득할 수 없게 된 것에 따른 불이익이 발생했는지 여부’에 의해 판단해야 한다고 하며,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긍정했다.

또한 위장폐업에 의한 부당해고에 대한 위자료 청구에 대해서도 이를 긍정하면서 위자료청구권의 단기 소멸시효인 3년에 의해 해당 청구권이 소멸된 것이 아니라 옛 회사와 신설회사가 동일성을 유지하는지 여부에 대해 이미 해고돼 회사 외부에 있었던 당시 원고 조합원들이 알 수가 없고, 그러한 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사정이 있으므로, 원고 조합원들은 위자료청구 역시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5. 맺는 말

대상판례의 사례만 살펴봐도 알 수 있듯이 노사관계는 양자 사이에 함께하려는 생각과 노력이 있어야만 공존할 수 있고, 발전도 이뤄 낼 수 있다. 어느 일방의 노력이나 잘못만으로 사태가 나아지거나 악화되지는 않겠지만, 노사관계 속에서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음을 이용해 관계 법규의 위반은 물론이고 사회통념까지 넘어서는 행위에 대해 대상판례의 판결은 경종을 울려준 타당한 판결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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