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직에 대비한 2급직의 임금은 60% 정도입니다. 차이가 40%나 벌어진 것은 심합니다. 동일노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차별이 좁혀져야 합니다.”

지난해 6월 ㄱ버스회사에서 일하던 K씨가 "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자신의 직급을 알려 달라는 민원을 지역의 시청 민원게시판에 올렸다. 시는 K씨가 이 회사에서 기간제로 근무했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K씨는 노동위원회를 찾아 차별시정 신청서을 냈다.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비해 차별적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는 기간제법을 적용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위원회의 판단은 ‘기각’이었다. K씨의 판정사례는 최근 중앙노동위원회가 공개한 노동위원회 브리프에 실렸다. 브리프에 따르면 K씨는 2009년 8월 기간제로 입사했고, 1년 기간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회사는 신규직원을 채용할 때 모든 노동자를 기간제로 채용하고, 채용 후 2년이 지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직급은 1급직과 2급직으로 나뉘는데 1급직 1호봉은 2년 이상 근무자 중 노사합의로 승급했다. 1급직 2호봉은 1급 이상 승급자, 2급직은 신규 입사자와 1년 이상 근무자 중 승급 누락자였다.

K씨는 차별시정을 받기 위해 다섯 고개를 넘어야 했다. 첫 번째 고개는 당사자 적격 여부였다. 차별시정을 신청할 수 있는 비정규직인지 여부다. 두 번째는 비교대상 노동자가 있는지 여부였다. K씨는 같은 일을 하는 3년차 무기계약직을 비교대상으로 선정했다. 세 번째 고개는 비교대상자보다 기본급·근속수당·상여금이 적은 것이 차별금지 영역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했다. 모두 K씨가 입증해야 할 일이니 쉽지 않았을 텐데, 그는 세 고개를 모두 넘었다.

네 번째 고개는 불리한 처우가 있었는지 여부였다. 중노위는 2급직으로 월 100만원가량 받았지만 상여금과 근속수당을 못 받아 불리한 처우가 있었다고 판정했다. K씨는 월 103만원을 받은 반면 비교대상자는 월 115만원과 600%의 상여금, 매월 3만원의 근속수당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K씨는 마지막 고개를 넘지 못했다. 불이익 처우에 대한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따지는 단계였다. 중노위는 둘 사이에 차이가 나는 것은 기간제라는 이유가 아니라 근속기간의 차이 때문이라고 했다. 차별을 받고는 못 살겠다며 회사와 용감하게 싸웠던 K씨가 어떻게 됐는지는 확실치 않다. 노동위원회가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별시정 제도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다짐과는 상반되게 지난달 중노위에 새로 접수된 차별시정 신청사건은 단 3건이었다. 차별시정 제도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를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을 듯하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