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된 형법 개정안과 관련해 사형제와 보호수용제 폐지를 권고했다. 벌금은 부담능력에 따라 차등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인권위는 14일 형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의장과 법무부장관에게 사형제 폐지를 포함한 6개 항목에 대한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형법 개정안이 축적된 판례와 형법의 세계화 경향을 반영하는 등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서도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보호수용제를 도입하는 등 국민의 인권과 관련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개선의견을 표명하게 됐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사형제도에 대해 “(국민의) 생명권을 침해한다”며 “이미 인권위와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가 정부에 폐기를 권고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보호수용제에 대해서는 “수형자의 입장에서는 형벌과 다름없는 부담이 된다”며 “과거 폐지됐던 보호감호 제도가 갖고 있던 이중처벌 같은 문제를 그대로 지니고 있어 도입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유기징역 이상을 선고받으면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는 개정안 규정에 대해 인권위는 “국민의 기본권 제한은 필요최소한의 경우에 한정해야 한다”며 “집행유예자 등 비교적 가벼운 수형자에게는 선거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특히 인권위는 부담능력에 따라 벌금액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개정안은 금액으로 벌금을 정하는 총액벌금형제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범행의 경중에 따라 일수를 정한 다음 재력에 따라 벌금액을 산정하는 일수금벌금형제도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벌금을 납부하지 못할 경우 노역장에 유치하는 규정 역시 “경제적 약자에게 사실상 징역형을 내리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벌금의 분납과 연납처럼 미납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또 개정안에서 29일 이내로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구류형에 대해 “벌금보다 가벼운 형벌로 규정돼 있지만 현실적 부담 면에서 벌금보다 구류가 더 중할 수 있다”며 “구류형을 삭제하고 벌금형이나 다양한 사회 내 처우수단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유기징역 상한을 30년으로 두고, 가중할 경우 50년까지로 규정한 조항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에 비해 과중하다"며 하향조정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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