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금융위원회의 매각 승인이 지연되거나 아예 무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법원이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유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16일로 예정된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신청 안건이 상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위는 15일 안건상정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그런 가운데 대법원은 지난 10일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렸다. 대주주 자격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론스타 코리아는 2003년 외환은행을 헐값에 사들이기 위해 허위감자설을 퍼뜨린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기소됐다. 이와 관련해 론스타 코리아 전 대표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2심에서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반면에 대법원은 원심을 깨고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유죄가 확정될 경우 론스타는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은행법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금융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으면 은행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된다.
금융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금융위의 인수승인은 하나금융의 자금조달 능력이나 재무건전성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과는 무관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2008년 론스타와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외환은행 인수계약 당시에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등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승인을 미루다 계약 자체가 파기된 사례가 있다.

따라서 하나금융도 HSBC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론스타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확정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최소한 5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1월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체결한 지분인수 계약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인수 승인이 나지 않으면 하나금융은 론스타에 매달 329억원의 보상금을 지불해야 한다. 5월 말 이후에는 하나금융과 론스타 어느 한쪽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깰 수 있다.

금융위가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과 무관하게 인수승인을 할 경우 국부유출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5개월이나 1년 후에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이 상실되는 법원 판결이 나오더라도, 론스타는 이미 5조원에 이르는 매각대금을 챙기고 떠난 뒤이기 때문이다.

김기철 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 위원장은 12일 오후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외환은행 사수 총력투쟁 궐기대회’에서 “고등법원에서 론스타의 유죄가 최종 확정된 순간 론스타가 한국에 없다면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5조원을 물어낼 것이냐”고 반문했다. 지부 관계자는 13일 “금융위가 16일 정례회의에서 하나금융에 인수승인을 내준다면 쟁의행위 찬반투표 등 파업투쟁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